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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명품행정] 대학가 ‘보증금 100에 월세 25’ 상생하니 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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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명품행정] 대학가 ‘보증금 100에 월세 25’ 상생하니 이게 되네요

입력
2019.05.0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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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서울 성동구 ‘상생학사’ 

 구ㆍ대학ㆍLHㆍ지역 주민 협의 거쳐 원룸 주택을 기숙사처럼 운영 

 LH서 기금으로 보증금 지원하고 구와 대학이 월세 일부를 부담 

한양대 학생 김태완씨가 지난 3월부터 살고 있는 전국 최초의 상생형 반값 기숙원룸 ‘성동한양 상생학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다. 성동구 제공
한양대 학생 김태완씨가 지난 3월부터 살고 있는 전국 최초의 상생형 반값 기숙원룸 ‘성동한양 상생학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다. 성동구 제공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원. 책상ㆍ침대ㆍ냉장고ㆍ세탁기ㆍ전자레인지ㆍ인덕션 등 풀옵션 완비. 서울 대학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갖출 것은 다 갖췄다. 한양대 근처 서울 성동구 사근동길 59(효성빌딩)에 위치한 ‘성동한양 상생학사(이하 상생학사)’의 조건이다. 상생학사는 성동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양대, 집주인이 한뜻으로 문을 연 전국 최초의 지역상생 ‘반값 원룸’이다.

“서울 시내에서 이 가격에 이런 원룸 구하기는 불가능하죠.” 한양대 경영학과 3학년 김태완(24)씨는 지난 3월부터 상생학사에 입주해 산다. 경기 시흥시 본가에서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하던 그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기로 결정했다. 경영대 남학생의 경우 한 학년에 8명 정도 들어가는 학교 기숙사는 애초에 포기했다. 발품을 팔며 학교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손바닥만한 데다 오래된 방도 집주인은 으레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을 불렀다. 김씨는 “보증금을 낮추려면 월세가 오르고, 월세를 낮추다 보면 보증금이 오르는데 어느 쪽이든 결국 부모님 도움 없이는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기숙사가 부족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보니 방 시설에 비해 월세가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그러던 중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생학사 신청 공지를 보고 주거 걱정을 덜었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그는 “기숙사를 신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데 저희 주거 문제는 당장 이번 학기, 올해의 문제”라며 “주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데서 상생학사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용면적 12~15㎡에 가구와 전자기기가 풀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상생학사는 학생이 보증금 100만원과 월세 25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반값 원룸’이다. 성동구 제공
전용면적 12~15㎡에 가구와 전자기기가 풀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상생학사는 학생이 보증금 100만원과 월세 25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반값 원룸’이다. 성동구 제공

상생학사는 대학생 주거난을 해소할 뿐 아니라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학과 지역임대사업자들에게도 이롭다. 그 시작은 2017년 성동구가 기존 원룸 소유주의 주택을 이용해 기숙사처럼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부터다. 다음해 2월 상생형 기숙원룸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린 후 12차례의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국토부, 서울시, LH, 한양대, 시ㆍ구의원, 성동장학재단 등 관계자와의 공식 협의만도 25회 진행했다. 그 결과 구와 집주인은 1,000만원이던 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올리되 월세는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낮추기로 상생협약을 맺었다. LH에서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보증금 2,900만원을 지원해 학생이 부담하는 보증금을 10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월세도 구와 한양대가 7만5,000원씩 부담해 학생은 25만원만 내면 된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윈윈’이다. 노후 주거지가 밀집한 이 일대에는 사실상 원룸을 세놓아 생계수단으로 삼는 임대업자가 많다. 기숙사 신축을 놓고 지역주민과 학교ㆍ학생 간 갈등의 골이 깊었던 것도 그런 연유다. 구로서도 상생학사로 임대 원룸 건물주의 생존권 보장은 물론 갈등비용을 줄였다는 게 큰 소득이다. 효성빌딩 건물주 유성열(66)씨는 “한양대에서 학생들을 배정해 넣어주니 공실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부동산중개 수수료도 안 든다”며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상생방안이라는 점에서 참 좋은 생각이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LH에서 내부 수리 등을 지원하면서 원룸 건축주들의 참여 의지가 강하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현재 유씨 소유의 건물에서 21호실을 운영 중인 상생학사를 연내까지 50호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대학생의 주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상생협력형 주거복지 모델로서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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