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자회사 직원이 회사 서버를 자택에 숨겼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삼성바이오 측이 1년여간 숨겨 왔던 증거가 검찰에 확보되면서, 삼성바이오 관련 분식회계 수사도 속도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팀장급 직원 A씨를 3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2일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지난해 5월 또는 6월에 회사 공용서버를 분리해 자신의 집에 숨긴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자회사 팀장 선에서 회사 공용서버를 해체하는 정도의 증거인멸이 자발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회사 고위층 내지는 모회사 임원이 증거인멸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와 미국 회사 바이오젠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등을 위해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삼성전자는 에피스의 모회사인 삼성바이오 주식 31.49%(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를 통해 에피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구조다.
검찰은 A씨 집에서 확보한 서버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컴퓨터 저장장치나 온라인에 남은 디지털 정보를 통해 범죄 단서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에피스 서버의 원본 안에는 삼성바이오나 에피스의 회계 관련 내부 자료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경위나 과정을 상세히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콜옵션(옵션거래에서 특정 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공시를 고의로 누락하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콜옵션을 공개하면 삼성바이오의 재무상태가 나빠지는데, 그럴 경우 경영권 승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콜옵션을 고의로 숨겼다는 의혹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에피스 경영지원실장(상무) 양모 씨와 부장 이모 씨가 2017년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융당국 특별감리 및 검찰 수사에 대비해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고의로 삭제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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