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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분별한 다문화가족 지원은 독이다

입력
2019.05.06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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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가 4월 5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지하 시민청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가 4월 5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지하 시민청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250만여명으로 전체 인구 5,200만 명의 4.6%를 차지한다(법무부, 2019년 3월 통계). 1990년 체류 외국인 수는 5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했으나 30여 년 만에 그 수가 50배 증가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세계화, 저출산·고령화 등과 맞물려 효율적 노동력 확보, 국제결혼 등 사회변화로 인해 향후 이민 배경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8년경에는 체류 외국인이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서울경제신문이 최근 5년 증가율인 연 8.48%를 적용해 추산한 결과).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 다양성 증진과 다문화가족의 조기 정착 지원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이민정책(우리나라의 경우, 이민 관련 용어조차도 사회적 합의가 없어 이민정책, 외국인정책, 다문화정책 등 정부 부처마다 용어 사용이 다르다. 본 논의에서는 이민정책으로 표기하고자 한다.)을 펼쳐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이민정책이 법무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실행이 되다 보니 이민배경 자녀의 교육·난민·불법체류자 증가 등 다양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특히,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한 시혜적 지원이 서로 경쟁적으로 추진되면서 국민복지 지원에 비해 국민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 사회단체 등의 각종 지원 정책이 국민보다 과도한 예는 많다. 교통약자가 아님에도 정부 예산을 투입해 결혼 이민자의 가정을 방문해 ‘한국어 및 한국문화교육’을 무상 지원하는 것, ‘국제결혼 가정의 친정 방문 또는 모국의 가족 초청’을 지원하는 것 등은 과도한 지원이다. 외국 유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기숙사 입실에 우선 배정을 받고, 성적 장학금의 하한선도 낮게 책정돼 있다. 이외도 다문화가족에게 결혼식ㆍ여행 등 각종 비용할인 또는 무료제공, 대학입학 시 다문화가정 특별전형 등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어렵다.

어느 국제결혼가정의 한국 배우자는 외국 배우자가 가출한지 오래되었지만 ‘국민임대주택 특별공급 혜택’을 받으려고 이혼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문화가족 지원과 관련해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는 결혼이민자 ‘사야까’씨의 ‘다문화 보육료 지원 거부’ 의 경우, 다문화가족이면 무조건 지원하는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을 한 것이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주먹구구 지원정책’은 사회변화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일정한 기준에 대한 고려 없는 다문화가족 지원은 국민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민자의 의존심을 심화시켜 자립 의지를 훼손할 수 있다. 단지 이민배경을 지녔다고 해서 소득이나 재산 등 생활수준 고려 없이 도움이 필요한 자로 낙인찍어 지원을 해서는 안 되며, 형평성·타당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이민관련 부처 관계자 회의에서 ‘다문화가족의 지원에 대해 국민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데 각 부처의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늦었지만, 이 기회에 정부 부처 간 분점 시행되는 이민정책에 관해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어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민자에 대한 지원정책을 과감히 정비해서 국민역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문화가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나 중복 지원을 근절하고 다문화 관련 예산을 절감해야 진정한 사회통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여성가족부, 법무부, 교육부 등 이민 관련 부처와 지자체 및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족 스스로에게 사회 참여 기회를 넓혀 편견과 차별을 무너뜨리고 이민자와 선주민이 소통하는 가운데 올바른 사회통합의 길을 모색하여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서광석 인하대 이민다문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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