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이상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 의심을
송홍기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송홍기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을 겪는 사람이 많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카페인 성분이 든 약물을 남용해 약물중독에 걸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다. 강동성심병원 제공

누구나 한번쯤 머리가 깨질 듯 지끈거린다. 여성은 99%, 남성은 94%가 평생 한번 이상 두통을 경험한다. 만성적이고 극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이가 2013년 74만여명에서 2017년 89만여명으로 15만명이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두통 원인은 3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고, 증상도 다양하다. 게다가 두통이 심각한 뇌질환을 알려주는 강력한 위험 신호일 수 있기에 결코 무시해서도 안 된다. 대한신경과학회 회장인 송홍기(58)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났다.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300가지가 넘는데.

“두통은 이유 없이 생기는 일차두통과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두통으로 나뉜다. 이차두통은 뇌종양, 뇌염 등과 같은 뇌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두통이 갑자기 생겼거나 기존 두통 양상이 새롭게 바뀌었다면 이차두통을 의심한다. 특히 갑자기 두통이 시작돼 몇 초 안에 통증이 최고조에 달하는 ‘벼락두통’은 응급치료가 필요한 뇌질환 때문일 수 있다. 일차두통은 편두통과 긴장형두통 등인데, 통증 양상이 10개가 넘는다.”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 등 일차두통을 가장 많이 겪는데.

“가장 흔한 일차두통은 편두통이다. 다음이 긴장형두통, 일차찌름두통이다. 일차두통은 주로 통증 지속시간과 증상으로 진단한다. 편두통은 4시간 이상 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럽고 구토나 구역감을 호소한다. 빛과 소리에 과민해져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빛과 소리, 냄새 때문에 두통이 생기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위장장애 등이 동반된다. 피로나 날씨, 음주, 특정 음식 등이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남성의 3배나 된다.

긴장형두통은 스트레스성으로 사람마다 통증 지속시간이 다양하다. 일차찌름두통은 1~2초간 두피가 아프며 하루 몇 번에서 수백 번 반복하는 특징을 보인다. 두통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편두통은 급성기일 때는 트립탄 계열 약을, 긴장성 두통은 진통제를, 일차찌름두통은 소염진통제를 처방하면 호전된다.”

-편두통을 한쪽 머리가 아픈 두통으로 많이 알고 있는데.

“편두통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바로 한쪽 머리만 아프다는 것이다. 편두통은 왼쪽과 오른쪽, 앞뒤를 번갈아 아프거나 양쪽 머리가 동시에 아픈 경우가 흔하다. 사실 편두통 검사법은 없다. 이차두통은 원인 질환을 찾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기도 한다. 하지만 편두통 같은 일차두통은 환자의 병력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환자가 두통 양상이나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면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같은 두통이라도 통증 양상이 다양하기에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경험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환자의 증상이다. 의외로 많은 편두통 환자가 제대로 증상을 말하지 못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요’ 등 일반적인 증상만 호소한다. 이러면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편두통 환자에게 ‘두통 일기’를 작성하라고 권한다. 국제두통학회 편두통 진단 기준에 따라 ‘두통 지속시간, 통증 특성, 동반 증상’과 ‘두통 유발 요인’을 추가해 두통 일기를 적으면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편두통 지속시간은 4시간 이상이고, 위장장애가 주로 동반된다. 체하면 두통이 생기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편두통 치료는 어떻게 하나.

“빠른 시간 내 통증을 없애는 급성기 치료와 두통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 예방 치료를 시행한다. 급성기 치료제로는 편두통 특이약물인 트립탄 계열 약(수마트립탄, 졸미트립탄, 알모트립탄)을 주로 쓴다. 아스피린 등과 같은 편투동 비특이약물은 심한 편두통에는 효과가 적어 사용하지 않는다. 급성기 치료제는 가능한 빨리, 편두통 발생 후 1시간 내에 먹어야 효과가 좋다. 단, 주 3회 이상 급성기 치료제를 복용하면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수 있기에 트립탄 계열 약은 월 10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만성 편두통 환자 중 예방약(항경련제, 베타차단제, 근이완제)을 복용해도 효과 없거나 부작용으로 약을 먹기 어려우면 작용기간이 길고 부작용이 적은 ‘보톨리눔 톡신 주사 치료’를 택할 수 있다.”

-일상에서 편두통을 예방하는 방법은.

“본인에게 편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피하는 게 가장 좋다. 앞서 말한 ‘두통 일기’를 작성하다 보면 두통이 커피를 마실 때(카페인 섭취) 시작되는지, 혹은 과음할 때나 늦잠을 잘 때 시작되는지를 알게 된다. 원인을 파악하면 다음은 간단하다. 커피나 술, 늦잠을 줄이는 것만으로 두통을 줄일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