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에선] “욕먹을 게 뻔한데…” 알면서도 대놓고 ‘정치’한 조국 민정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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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청와대에선] “욕먹을 게 뻔한데…” 알면서도 대놓고 ‘정치’한 조국 민정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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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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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사법개혁을 주도해 온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페이스북을 통한 시민과의 ‘직접 소통 정치’가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여야 4당이 지난달 22일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한 이후 30일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하기까지 일주일여 동안 조 수석은 19건의 글을 잇따라 페이스북에 올리며 여론을 주도했다. ‘자기 정치를 한다’는 등의 비판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조 수석이 가진 정치적 잠재력에 대한 청와대 안팎의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월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오전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대통령 그림자 뒤에 숨기보다 전면에 나서 여론전 

조 수석은 여야 4당이 지난달 22일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한 이후 30일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하기까지 패스트트랙 정국의 중심에 있었다. 대통령의 참모로서 그림자 속에 숨기보다 여론전(戰)의 최전선에 서길 택했다.

지난 1월 노영민 비서실장 취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제령에 호응해 “페북 활동을 대폭 줄이겠다”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참모진들이 “패스트트랙은 국회가 다룰 문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몫”이라며 말을 아낀 것과도 대비된다.

조 수석이 직접 나서는 데 대해 청와대 내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청와대 일부에서는 “패스트트랙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조 수석 혼자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같은 달 25, 26일 국회의사당 7층 의안과 사무실 앞 등지에서 여야4당과 한국당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대치가 정점에 달했을 당시 조 수석이 국회선진화법 처벌조항 등을 상세히 올리면서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러다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등의 염려가 컸다.

하지만 피선거권 박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강한 처벌 규정을 환기시킨 것이 결과적으로 야당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논란에 불을 지핀 측면이 있지만, 한국당의 국회 폭력이 부각되도록 하면서 비판 여론의 압박에 야당이 결국 발목을 잡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야당이 조 수석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패스트트랙 정국이 마치 조 수석과 한국당의 대결인 걸로 비춰지게 한 자충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임종석(왼쪽)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중 관심 끄는 조국 식 ‘선곡 정치’로 확실한 어필 

조 수석 특유의 ‘선곡 정치’는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끄는 효과를 낳았다. 조 수석은 같은 달 27일 “법을 만드는 곳에서 법을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범해진 불법폭력행위”라는 글과 함께 아일랜드 출신 록밴드 크렌베리스의 ‘좀비’, 드렁큰 타이거의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등 록ㆍ힙합 음악 5곡을 연이어 올렸다. 노래 가사 등을 살펴보면 폭력에 반대하고, 시민의 힘으로 사회는 진일보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을 자극해 반발을 키울 필요가 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회의장 주변을 점거하며 물리력으로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려던 한국당을 사실상 사법ㆍ선거제도 개혁에 저항하는 폭력 세력으로 비쳐지게 만들었다. 여론전 수단으로는 탁월했다는 평가다.

조 수석은 지난해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으로 야권의 사퇴 공세가 이어졌을 때도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 서렌더(No Surrenderㆍ항복하지 않는다)’ 등 3곳의 노래를 공유한 바 있다. 야당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내는 효과를 거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화면 캡처.

 ◇21대 총선 앞두고 커지는 역할론 

조 수석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사실상 정무수석ㆍ대변인까지 1인 3역을 도맡은 것은 일종의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조 수석도 “욕을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페북에 글을 쓴 이유를 짐작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주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개혁의 주무 참모로서 패스트트랙 관철을 위해 불가피하게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으로 들린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일단락 됐지만, 여권에서는 조 수석이 지난달 30일 패스트트랙 안건 통과 직후 올린 마지막 글에 주목하고 있다. 조 수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2020년 민심을 더 온전히 반영하는 국회가 만들어지길 고대한다”며 1년이 채 남지 않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직접 언급했다. 여권에서는 출마를 포함해 조 수석에 대한 21대 총선 역할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류효진 기자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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