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아이들’ 출간 조지은 옥스포드대 교수
‘아이들은 가르쳐주지도 않은 단어를 어떻게 뚝딱 말하는 걸까, 한글을 빨리 익힌 아들은 영어도 잘할 까…’ 아이들의 언어 습득 능력은 부모는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대 동아시아학부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는 조지은(43)교수는 비밀을 풀기 위해 두 딸 사라(10)와 제시(8)가 말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관찰했다. 그 기록을 묶은 연구서인 ‘언어의 아이들’이 최근 나왔다. 영국인 아빠, 한국인 엄마, 한국인 베이비시터에게 양육된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 최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난 조 교수는 한국의 영어 교육 환경이 너무 강압적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억지로 영어를 주입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달아나기 바쁘다.그는 “아이가 스스로 영어에 흥미를 느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태교로 영어 동화를 읽어주고, 말문이 트이기 전에 영어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는 게 효과가 있나.
“모국어를 안정적으로 익히는 게 먼저다. 모국어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언어를 무리하게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어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단어 하나도 제스처와 운율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는데 이건 오로지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서만 배울 수 있다. 별다른 소통 없이 영어 노래를 하루 종일 들려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음악 듣듯이 흘러 들어왔다 흘러 나갈 뿐이다.”
-집에서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를 나누는 부모들도 있다.
“집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주제도, 사용하는 단어도 한정적이게 마련이다. 아이 스스로가 가장 편한 언어로 대화를 나눌 때 어휘력도 늘고 사고 체계가 확장될 수 있다. 영어만 고집해 기본적 대화만을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언어적 상상력을 가로막는 일이다.”
-영어유치원을 보낼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학부모들이 대개 원어민 교사를 선호하는 데,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는 교포 출신교사에게 배우기를 권한다. 영어에 자신감 없는 어른들이 외국인 만나면 ‘영어울렁증’이 생긴다고 하지 않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두려움이 생기면 뇌도 얼어붙는다. 원어민 앞에서는 아무래도 더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교사의 수업 철학도 매우 중요하다. 시험은 단기적 학습 능력은 향상시킬 수 있지만, 시험이 끝나면 배운 걸 잊기 쉽다. 스트레스 없이 영어를 놀이처럼 즐기는 커리큘럼인지 따져보는 게 좋다.”
-영어에 대한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이남다른데.
“영어든 한국어든 언어 교육은 부모가 모든 걸 다해 주려고 하면 더 망친다. 아이가 자신만의 ‘언어의 집’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부모는 방아쇠를 당겨주면 된다 .핵심은 깊이 있는 대화를 계속 나누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과 정서적 신뢰를 쌓는 게 제일 중요하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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