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 VR)이 새로운 치료 도구로 떠올랐다. 불안장애, 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각종 정신·심리 질환뿐만 아니라 신체 통증 치료에도 활용된다. 환자에게 가상 영상을 제공해 환자들의 긴장을 이완할 수 있도록 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신경을 온통 영상에 쏟게 해 통증이나 부정적 감정을 경험할 틈 자체를 주지 않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오토바이 사고를 겪은 후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던 환자가 VR로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41세 여성 홀리 데이비스는 3D VR 영상을 제공하는 헬멧을 착용하고 10분에서 20분가량 안정을 취했다. 데이비스는 “주변이 온통 푸른 숲이었다. 내가 호흡하는 그 자체에 집중하며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통증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VR 치료는 거동을 두려워하던 환자들이 몸을 움직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몸을 움직이는 데 신경을 집중하도록 하는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가능하다. 특히, 만성적 신체 통증을 앓는 환자들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이 더욱 악화되기 쉬운데, VR이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미국에서 VR이 통증 치료 도구로 급부상한 계기는 엉뚱하게도 아편이 마약으로 대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통증 치료제로 사용되던 아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VR이 그 대안이 됐다. 하지만 아편을 통한 심리치료는 환자를 아편에 점점 의존하게 만들 수 있어 위험하다. 반면, VR 치료는 환자가 VR 없이도 일상 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걸 목표로 돕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VR을 통한 치료는 심리 불안 증세를 낮춰준다. 2017년 발표된 영국 정신의학 논문에 따르면 VR 치료 전 불안 지수는 83(최대 지수 144)이었으나 치료 후 50으로 감소했다. 6개월 뒤에도 이 지수는 유지됐다.
하지만 VR 영상 치료로 통증의 완치까지는 어렵다. 실제 현실이 아닌 컴퓨터로 제작한 가상 영상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VR 헤드셋을 벗은 뒤 고통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VR을 통한 완치는 힘들다는 것. VR 기술의 발달 수준이 아직 최상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도 또 다른 한계다.
하지만 VR이 효과적 치료 도구인 건 분명하다. 현재 통증 환자가 통증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해 약물 치료제에 최대한 늦게 의존할 수 있게 하는 VR 영상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VR 치료 영상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헤드셋의 시중 판매가는 300-400달러(35-46만원)로 아주 비싼 편은 아니다. 치료 기기를 구매한 환자가 가정에서 손 쉽게 VR로 치료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NYT는 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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