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 공연인 ‘페스티벌 나다’ 한달 간의 여정 시작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페스티벌 나다'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청각장애인 관객이 우퍼 조끼를 착용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이한호 기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리헨티나~”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가 울려 퍼진다. 발 구르는 소리, 간간이 터져 나오는 환호성으로 옆에 사람이 있음을 짐작한다. 어둠 속 ‘떼창’은 공연의 절정. 이윽고 무대에 불이 켜지며 ‘암전 공연’이 끝난다.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치자, 무대 위 수어 통역사가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무대 뒤 화면에는 “(관객) 앙코르! 앙코르!”라는 자막이 빠른 속도로 흐른다. 공연을 즐긴 청각 장애인들도 손을 흔들며 호응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나다’ 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ㆍ장벽이 없는) 공연인 ‘페스티벌 나다’가 한 달간의 축제 여정을 시작했다. 2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 첫 공연에는 청각장애인과 휠체어장애인 20여명을 포함해 총 180여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청각장애인은 우퍼 조끼를 입거나 진동 스피커가 장착된 의자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하이라이트인 암전 무대는 시각장애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다는 취지였다. 음악에 맞춰 무대 뒤와 옆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작가가 협업으로 만든 작품이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 '페스티벌 나다'는 암전 공연을 제외한 모든 무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과 수어 통역이 제공됐다. 이한호 기자

이 날만큼은 청각장애인도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브 공연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수어 통역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손으로 가사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땀이 쏟아질 정도로 온몸을 쓰는 ‘춤추는 수어 통역’으로 청각 장애인들에게 리듬과 박자를 전달하려 애썼다. 사회적협동조합 에이유디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한 자막도 근사한 볼거리였다. 공연을 관람한 청각장애인 유튜버 미진씨는 “아이돌 콘서트를 몇 번 갔는데, 스피커 가까운 자리를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수어 통역을 비롯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불편했다”며 “여기서는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아티스트에게도 공연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첫 무대에 오른 인디밴드 마리슈는 수어 통역사에게 배운 수화로 ‘별총총’ 무대를 꾸몄다. 보컬 박성욱은 “평소에 공연을 하면서 손동작을 자주 사용하는데, 오늘은 자제하려 한다”면서 “수어통역사가 하는 수화가 더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참가 밴드도 다양하다. 3일 서울 공연에는 노브레인과 소란이 참석했으며, 31일 예정된 부산 공연에는 로맨틱펀치가 나온다. 특히 노브레인은 18일 춘천 KT&G 상상마당 사운드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도 참석한다.

크라잉넛 베이시스트 한경록(오른쪽)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 '페스티벌 나다'에서 수어통역사와 공연을 하고 있다. 페스티벌 나다 제공

크라잉넛은 ‘페스티벌 나다’ 참석이 올해로 4번째다. 강한 드럼 비트와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청각장애인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크라잉넛은 2일 예정에 없던 앙코르 2곡을 부르는 등 여느 록 페스티벌 못지 않게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냈다. 보컬 박윤식은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연마다 와 주는 분들을 볼 때마다 보람이 생긴다”며 “음악을 즐기는 마음가짐은 장애인 관객과 비장애인 모두 똑같다”고 밝혔다. 베이시스트 한경록은 “암전 공연을 하고, 수어 통역사와 함께 무대에 서면서 항상 배운다”며 “국가에서 ‘페스티벌 나다’의 진정성을 믿고 적극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 총감독인 독고정은 예술단체 세가지질문 대표는 “2011년 ‘정말 라이브 공연을 보면 눈물이 나느냐’는, 청각장애인 작가의 질문에서 시작된 축제”라며 “기회가 된다면 안은미 무용가와 이이남 미디어 아티스트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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