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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열심히 사들이는 금융사 회장님들, 주가부양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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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열심히 사들이는 금융사 회장님들, 주가부양 효과는?

입력
2019.05.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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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주요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시중은행 은행장들이 올해 들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이 크지만, 기대만큼 큰 효과를 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업이 규제산업인 데다 핀테크 활성화와 경기 부진 등 복합적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

 ◇지주회장ㆍ은행장 잇따른 자사주 매입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9일 장내에서 우리금융지주 5,000주를 매수했다.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올해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가 상장된 2월13일과 글로벌 증시 하락 여파로 약세를 보이던 3월25일에도 자사주를 매입했다. 손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모두 5만3,127주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지난 3월21일 취임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이튿날(3월 22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4,000주를 주당 3만7,000원에 매입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3월6일 자사주 1,000주를 주당 4만3,050원에 장내 매수했고, 허인 국민은행장도 3월12일 KB금융지주 주식 3,062주를 주당 4만2,401원에 장내 매수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이유는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강력하게 내보이기 위한 것이다. 자사 주식이 내재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됐다는 판단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약발 안 먹히는 자사주 매입, 왜 

하지만 대체로 이들의 기대만큼 ‘약발’이 먹히지는 않고 있다. 3일 우리금융 주가는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알려진 전날(1만4,200원)보다 1.76% 하락한 1만3,950원으로 마감했다. 추가 매입한 지난달 29일(종가 1만4,000원)에 비해서도 소폭 떨어졌고, 상장됐던 2월13일(시가 1만5,600원, 종가 1만5,300원)에 비해선 약 10% 빠졌다. 하나금융 주가도 3일 현재 3만6,500원(종가)으로 지 행장이 매입했던 3월22일(종가 3만7,000원) 보다 소폭 하락했다. KB금융만 3일 현재 주가가 4만6,600원(종가)으로 윤 회장과 허 행장이 매입했던 때보다 8%가량 상승했다. 연초 대비(1월 2일 종가 4만5,950원)로는 1.4% 올랐다.

CEO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주가 부양이 뜻대로 잘 안 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IT 기술을 접목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의 급속한 성장과 대내외 악재로 인한 경기 부진 등으로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 꼽힌다.

또 다른 이유는 금융업이 규제산업이라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업은 제조업보다 정부의 관리감독이나 통제가 상대적으로 강해 급속하게 성장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편”이라며 “그래서 주가 변동성도 덜하다”고 말했다.

 ◇금융주는 결국 가치주 

이 같은 이유로 은행ㆍ금융주는 시장에서 업종의 전망이 밝고 매출이나 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을 뜻하는 ‘성장주’가 아니라 꾸준히 이익을 내지만 이익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안정적인 기업을 의미하는 ‘가치주’로 분류되는 편이다. 주주들도 주가 오르기를 기다렸다 매도하는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 투자로 배당금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라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로 예ㆍ적금 이자율이 낮은 상황인 반면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정책을 펴고 있다”며 “은행 예적금 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안정적인 금융지주사의 배당금을 노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3월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한 시가배당률을 보면 하나금융 5.0%, KB금융 4.0%, 우리금융 4.0%, 신한금융 3.9% 등으로, 같은 달 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1.95%)보다 높았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의 몇% 인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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