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사회안전망 개선위원회가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ㆍ사ㆍ공익위원 권고문을 3일 발표했다. 부양의무자 단계적 기준 폐지와 선정기준 완화, 보장성 강화 등 ‘빈곤 문제 완화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이다. 합의문이 아닌 권고문이 된 것은 정부측 위원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전한 노사정 합의는 아니지만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권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는 이를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 관련법 개정 등 후속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개선위는 우선 생계급여 수급자가 노인ㆍ중증장애인이면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그 외 대상자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가 폐지하라고 제안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일정수준 이상의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1촌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가 있으면 생계 및 의료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제도로, 수많은 사람들을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생계유지가 어려운데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는 93만명(2017년 기준 추정치)에 달한다.
개선위가 추정한 노인ㆍ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시 필요한 예산 규모는 8,000억원~1조원이다. 한 해 500조원 안팎의 정부 예산 규모를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부측에서 예산 문제 검토를 이유로 합의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인권기구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뒤 노인과 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에 국한해 폐지하겠다고 완화하더니 이마저 발을 빼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노인 빈곤율이 2006년 43.8%에서 2016년 46.7%로 증가하고 있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이자 가장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이번 권고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하니, 보다 전향적인 조치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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