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우리금융 유력했지만 한앤컴퍼니 선정…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가 인수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모두 토종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롯데카드는 한앤컴퍼니,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가 각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3일 선정됐다. 롯데카드 인수전의 경우 당초 MBK파트너스-우리금융지주 컨소시엄이 유력했지만 신동빈 회장의 막판 결심으로 승자가 뒤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매각이 경쟁사 합병이 아닌 사모펀드 인수 형태로 결정되면서 업계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 선택이 인수결과 갈랐다”
이날 결정으로 롯데카드 매각은 롯데그룹 보유 지분(98.7%) 가운데 20%가량을 제외한 나머지를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롯데그룹은 앞으로도 소수지분 투자자로 남아 롯데카드와 그룹 유통계열사 간 제휴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카드 인수전은 시종 시장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예비입찰 단계에선 하나금융지주와 한화그룹의 2파전으로 흘렀지만, 한화그룹이 본입찰에 불참하면서 하나금융의 독주 체제가 예상됐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제시한 인수가격(1조원)이 롯데그룹이 상정한 수준(1조5,0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해 본입찰 심사 과정에선 하나금융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MBK-우리금융 컨소시엄이 막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 컨소시엄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우리금융으로부터 인수자금 일부를 대출 받는 형태로 결성됐는데, 우리금융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롯데그룹이 원하는 가격을 맞춰줄 수 있다는 점과 카드사를 소유한 금융지주가 함께 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실제 롯데그룹 내 매각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그룹 내에선 MBK-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인수 대상자로 결정하고 신 회장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막판 구도를 뒤집은 건 한앤컴퍼니의 과감한 베팅과 신 회장의 결심이란 후문이다. 한앤컴퍼니와 MBK의 경쟁은 국내 사모펀드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양측 모두 1조5,000억원에 근접한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앤컴퍼니는 1조4,400억원을 써냈다. 롯데그룹은 원하는 가격에 카드사를 팔 수 있게 되자 ‘고용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실제 롯데카드 내부에선 사모펀드에 인수될 경우 고강도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보다 나은 고용보장 방안을 내놓은 한앤컴퍼니를 최종 인수자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JKL, 손보 인수 한우물 성과
롯데그룹의 보유 지분(52.47%) 전량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롯데손보 인수전에선 JKL파트너스가 경쟁 상대인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보다 높은 약 4,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카드와 손보 인수전 모두에 뛰어들었던 경쟁 사모펀드들과 달리, JKL파트너스는 세계 양대 계리법인인 윌리스 타워스 왓슨사를 보험계리기관으로 선정하는 등 롯데손보 인수에만 집중해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희망 가격인 5,000억원대에 팔지는 못했지만, 본입찰 후보 중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고용안정성을 가장 중시하는 JKL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지분 매각 이후에도 퇴직연금 등을 매개로 손보와 그룹 계열사들이 맺고 있는 협업 관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손보가 퇴직연금으로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6조5,000억원으로 국내 2위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모두 국내 사모펀드에게 팔리면서 당분간 카드 및 보험업계의 판도를 흔들 합병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의 경우 시장 예상대로 롯데카드가 하나금융이나 MBK-우리금융 컨소시엄에 팔렸다면 하나카드 또는 우리카드와의 합병을 통한 대형 카드사 출범 가능성이 높았지만,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앤컴퍼니로 넘어가면서 한동안 지금과 같은 경쟁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회사들은 짧게는 한 달가량의 확인실사를 거쳐 롯데그룹과 최종 가격 협상을 벌인 뒤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대한 신속하게 거래를 완료하고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 회사의 안정적 운영을 도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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