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 노동자, 임금 향상 자랑하는 정부
늘어나는 임시직 실업자 대책 없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허황한 약속일 뿐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근로자의 날인 1일 대구 동구 동대구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노동개악 분쇄,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등이 적힌 대형 얼음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5분의 1로 줄어들고, 임금 5분위 배율이 5배 이하로 떨어진 것은 모두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정부 고용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내세운 주요 근거이다.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을 받으면 ‘저임금 노동자’인데, 작년 6월 기준으로 월 179만1,000원보다 적게 받았다면 저임금에 해당한다. 또 하위 20%의 임금(150만9,000원)은 1년간 11.9%나 늘어났는데, 상위 20% 임금(704만4,000원)은 3.3% 증가한 데 그쳐 고임금자와 저임금자 간 격차도 좁아졌다. 정부의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대통령 주장의 근거가 된 고용노동부 통계는 ‘1인 이상 전일제 상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올해 3월 기준 1,410만명이다. 이들의 임금은 지난해 전년보다 5.3%가 올랐다. 근로시간도 한 달에 2.4시간 줄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이 집중된 대상이 바로 이들이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출돼 회원국 분배 비교 지표로 사용되는 ‘국제 공인 성적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공정해진 것일까. 불행하게도 이 통계는 반쪽 진실이다. 이 통계가 외면하는 이들의 처지는 더 악화하고 있다는 실증적 증거가 적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311만명으로 전년보다 45만명이 늘어났다.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가 300만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2007년 8월 이후 11년 만의 기록이며, 전체 노동자 중 15.5%까지 늘어난 것 역시 11년만의 최고치이다. 이들은 대부분 상용직이 아니다. 또 주목할 것은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숙박 및 음식업종’ 종사자 중 43%를 넘는 등 몇몇 영세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업종들은 지난해 하반기 취업자가 많이 줄어든 업종과 대체로 일치한다. 주로 취약계층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다가 영세업종의 몰락과 함께 그 일자리마저 잃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성적표에는 311만명의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라 볼 수 있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400만, ‘무급 가족종사자’ 110만명 등 821만명(지난해 8월 기준)의 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 계속 늘고 있는 실업자 130만명(이하 올해 3월 기준), 취업준비생 79만명, 그냥 쉰 인구 210만명, 구직단념자 54만명 등의 좌절도 담겨 있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ㆍ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직장을 상용직으로 다니는 1,410만명에게는 훌륭한 정책이다. 하지만 비정규직ㆍ영세자영업자와 가족은 그 정책이 초래한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또 상용직 고용 안정을 위해 자꾸 높아지는 취업 장벽은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등을 증가시키고 있다.

물론 이들의 소외가 전적으로 현 정부의 정책 잘못 때문이라 볼 수 없다. 영세자영업자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건 우리 경제의 고질적 숙제이며, 정규직 같은 안정적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또 내년 총선을 대비한 정치공학 측면에서 상용직 혜택 정책이 여당에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 뒤처진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표 계산만 한다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2년 전 취임사 속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실업자, 구직단념자를 소외시킨 채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기술과 경제시스템의 빠른 변화를 고려할 때, 직업 재교육이나 고용보조금 같은 전통적 정책만으로 소외 계층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시키기 어렵다.

지금은 상용직의 임금 상승을 자랑할 때가 아니라, 비상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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