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소음과 분진 때문에 창문도 못 열어” 피해 호소해도 구청은 모르쇠로 일관
1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감삼동의 한 대형병원 뒤편 주차장 공사 현장. 주택가와 8m 떨어진 공사장에는 검은 연기와 용접 불꽃이 인도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공사적재물이 가득 쌓여있는 인도에서 일부 주민들이 공사장을 향해 “조심하라”고 고함을 질렀지만 인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용접에만 열중했다. 이들 인부들도 4층 높이의 H빔 철근 위에서 제대로 된 안전장치 하나 없이 외줄 타듯 작업하는 모습이 위태하기만 했다. 공사장 외벽에는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한 거푸집이 만들어져 있었지만 비산먼지를 막는 분진망이나 안전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 김근태(63)씨는 “용접 때문에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고 쇳가루도 날아들고 있어 창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며 “인도에 공사 적재물이 쌓여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병원 측은 주차장을 짓는다며 한 마디 해명도 없이 배짱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대형병원이 주차건물 공사를 진행하면서 건설폐기물과 처리와 소음으로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근 주택가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나 병원 측은 배짱공사, 관할 구청은 현장 상황에 눈 감고 있다.
특정분야 수술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 병원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800여 명. 3월1일 종합병원 승격에 맞춰 뒤편 주택가에 지상 4층 높이 1,362㎡ 규모의 주차건물을 세우면서부터 1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 주민들과 마찰이 일고 있는 것이다.
병원 측은 지난달 H형 철근 빔으로 뼈대가 이뤄진 이 주차타워 옆 인도에 공사 자재를 쌓으면서 마찰이 본격화했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병원 측에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공사 완료 후 건물 전체에 방진막을 설치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병원 측은 대부분 무시했다.
남명규 감삼동주민대책위 회장은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매연과 분진을 막아달라고 요구했을 뿐인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병원 측을 이해할 수 없다”며 “관할구청에 민원을 수시로 넣었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어 주민들이 직접 단체행동에 나서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달서구청 측은 “철골빔 구조는 낙하물이나 방진 시설 규정이 없는데다 작업자의 위험한 작업은 노동청과 관련이 있다”며 “소음문제는 행정처분을 하겠지만 그 외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공사 현장의 미흡했던 부분은 시정할 예정이고 민원이 발생한 부분은 주민 여론을 수렴해 최대한 수용을 하겠다”고 말했으나 구두 약속에 그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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