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베트남 여성이 사건 발생 26개월 만인 3일 풀려났다. 맹독 신경작용제 VX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 사건은 결국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3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법원은 이날 아침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을 석방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이 당초 적용했던 살인 혐의 대신 위험한 무기 등을 이용한 상해 혐의로 공소 내용을 바꿨고, 흐엉이 즉각 이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현지 법령상 살인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는 반면 상해 혐의는 최고 징역 10년에 처한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시티는 지난달 3월 11일 석방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티의 석방을 치적으로 내세우자, 베트남 정부도 공정한 재판과 흐엉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흐엉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손으로 쓴 편지를 공개했다. ‘행복하고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당신들(지지자들) 모두를 사랑한다’고 적었다. 흐엉은 이날 오후 7시20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하노이에 도착하는 베트남 국적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용의자들이 북한으로 도주한 상황에서 사건에 이용된 여성들이 재판을 받아오다 모두 석방되게 됨에 따라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에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아무도 없게 됐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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