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원 앵커, 김윤희의 ‘처음이잖아요’에 담긴 진심이 사랑스러워
나는 초심보다 진심이란 말이 더 좋다. 초심을 되새긴다고 해도 처음만큼 설렐 수 없지만, 진심 앞에선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난해 선거방송을 잊을 수 없다. 3년 전 처음 카메라에 섰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리고 설렜다. 보도국 기자들이 내뿜는 에너지 때문이었다. 그들이 정확한 정보를 빨리 전달하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지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방송 원고를 손에 쥘 때마다 불똥을 삼킨 것처럼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선거는 지역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광장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확성기 역할을 맡은 지역방송의 어깨 또한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역사의 현장에 섰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기자들의 마음을 달구었을 것이다. 그 어떤 형식과 기술적 완성도로도 압도할 수 없는 뜨거운 본질이 그 진심이라고 믿는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방송에서도 진심이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스튜디오에 앉아서 기사를 전하노라면 취재현장을 함께 누비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기사 한편이 품고 있는 다양한 정보와 정서, 폭넓은 시야를 공유하고 싶은 까닭이다.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이상의 ‘뉘앙스’까지 전달될 수 있다면 내 역할을 비로소 완성하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아직 3년차 병아리 앵커지만 방송을 거듭할수록 지역 뉴스의 무게를 더욱 실감한다. 언론이 존재하지 않으면 묻혀버릴 것들이 많다. 권력과 힘을 부당하게 쓰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조용히 지나가길 원한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역은 중앙에 비해 그런 강요된 평화가 더 쉽다. 이 찜찜한 침묵에 저항하는 기자들의 뜨거운 진심이 수많은 뉴스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과 수고, 진심을 시청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뉴스를 읽는다. 기자들의 진심으로 맨 처음 접하는 독자로서 품게 되는 자연스런 소망일 것이다.
얼마 전부터 반복해서 듣는 노래가 있다. 김윤희의 ‘처음이잖아요’. 소녀 같은 목소리로 첫사랑과 이별의 마음을 노래한다. 그 마음을 뭐라고 해야 할까. 초심? ‘사랑의 초심’이라고 하자니 가볍게 느껴진다. 처음이든 끝이든, 우리가 사랑 앞에서 그토록 설레고 간절해지는 건 그 사랑에 담긴 진심 때문일 것이다. 가능한 모든 수단과 요령을 다 동원한 뒤에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진심은 우리 삶을 삶답게 만드는 처음이자 마지막 히든카드라고 확신한다. 김윤희의 진심어린 목소리로 귀와 마음을 채운다. 척하는 퍼포먼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오늘 하루도 아등바등 진솔하게 살아낸 내 스스로를 위로하는 나만의 작은 음악 축제다.
이향원 TBC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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