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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난’ 번지나… 문무일 반란에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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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난’ 번지나… 문무일 반란에 폭풍전야

입력
2019.05.02 18:52
수정
2019.05.02 20:5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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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트랙 ‘수사권 조정’ 항명, 문 총장 내일 해외출장 조기귀국 

 검찰 권한 축소 법안에 부글부글… 檢, 문 총장 사퇴 등 강경대응론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두고 검찰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며 수사권조정에 반발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하는 초강수로 대응하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도 요동치고 있다. 정부안으로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이던 청와대와 민주당은 공식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검찰발 항명’이라며 부글부글하고 있다.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검찰 개혁의 화두가 시험대에 올랐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과 검찰의 지적. 그래픽=신동준 기자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과 검찰의 지적. 그래픽=신동준 기자

 

 ◇문무일 조기 귀국..”검찰 패싱에 쌓인 불만 폭발” 

검찰 반발은 문 총장이 태풍의 눈이다. 전날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문을 냈던 문 총장은 2일 해외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문 총장은 범죄인인도조약 및 형사사법공조를 위해 오만과 카자흐스탄, 네덜란드. 에콰도르 등을 방문한 뒤 9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에콰도르 방문을 취소한 채 4일 귀국키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명운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 발생해 해외에 계속 체류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 총장의 조기 귀국은 국회 결정에 대한 초강경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사실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는 지난해 6월 나온 정부 합의안의 핵심인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사건 송치 전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가 그대로 담겨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를 필요가 없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등 경찰 권한을 더 키우고, 검찰 권한이 축소되는 내용이 추가됐다. 검찰 수장 입장에서는 ‘검찰권의 핵심이 되는 손과 발이 모두 잘리는 형편’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문 총장 입장에서는 개혁 입법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서운함까지 더해 상처가 덧났다. 정부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나 지난해 11월 법 조문화 작업을 거치는 동안 청와대와 법무부는 문 총장 의견을 묻지 않아 ‘검찰 패싱’ 논란이 불거진 터다. 특히 문 총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자치경찰제 시행’을 조건으로 제시해 수사권조정에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만 자치경찰에 이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를 계기로 검찰 내부에서 “속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내부서도 총장 사퇴 등 강경대응론 확산 

문 총장이 사실상 총대를 메자 검찰 내부도 분위기가 요동치고 있다. 당장 검찰 내부 게시판에 문 총장 입장에 동조하는 글이 수십개 이상 올라왔다. 대검 연구관인 차호동 검사는 게시판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고민과 수사 실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고민이 부족했다”고 수사권조정 법안을 비판했다. 대부분 검사들은 “검찰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법안” “올바른 사법처분을 위해 성심을 다해온 대한민국 검사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 등으로 격정을 토해냈다.

국회 논의과정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일선 검사들이 문 총장의 강경 입장에 힘을 얻어 비판 대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문 총장이 4일 귀국하는 대로 사퇴를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합의안의 내용들이 알려지면서 일선 검사들의 불만과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역할 수 있는 검찰개혁의 흐름을 수용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는 “‘직을 걸고라도 막으려 했다’는 역사적 평가 외에는 실익이 전혀 없다”며 “법안이 최종 확정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남은 두 달 임기 동안 국회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에 매진하는 게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써 문 총장의 거취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문 총장의 공개 반발이 사퇴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많지만 큰 의미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총장의 임기가 7월이라 어차피 5월말부터는 차기 총장 선임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서 검찰총장 공석의 파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권은 ”조직 이기주의”비판하며 속으로 부글부글 

여권에서는 문 총장의 반발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정부 내에서 논의해 온 문제로, (문 총장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조직 이기주의” “검찰총장의 항명”이라는 격한 불만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에서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 총장에서 시작한 반발이 검란으로 비화할지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그 동안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표시해 온 점을 고려할 때 내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검찰총장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문 총장을 향해 “걱정하시는 바와 같은 경찰권의 비대화는 충분히 공감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제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발판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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