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ㆍ윤여준 등 사회원로 12명 靑 초청… “여야정협의체 교착” 아쉬움 토로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역대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사회원로 12명을 만나 일각에서 정치적 해법을 요구하는 적폐수사와 관련해 “국정농단ㆍ사법농단 의혹이 사실이라면 헌법파괴적인 것이기 때문에 타협이 쉽지 않은 것”이라며 정치적 타협을 하지는 않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고 있다”며 “각오했던 일이기 때문에 어떻든 제가 반드시 감당해 내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도 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김영삼 정부 때의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사회원로들을 초청해 국정운영에 필요한 지혜를 구하며, 모두발언부터 적폐수사와 관련해 아껴뒀던 말부터 꺼냈다.
문 대통령은 “어떤 분들은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좀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말씀들도 많이 한다”며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서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거리를 뒀다. 문 대통령은 이어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뤄진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데 대해서는 공감이 있다”며 “그 구체적 방안들에 대해 얼마든지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을 것인데,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그 자체를 바라보는 기본적 입장이나 시각이 다르니까 어려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정치적 해법을 요구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분명히 선을 긋고, 법에 따른 원칙 대응 기조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치권이 정파에 따라서 대립이나 갈등이 격렬하고 또 그에 따라서 지지하는 국민 사이에서도 갈수록 적대감이 높아지는 현상들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야당과의 협치 문제와 관련해선 “과거 어느 정부보다 야당대표ㆍ원내대표들을 자주 만났다고 생각하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도 드디어 만들었고 아예 분기별로 개최하는 것까지 다 합의했는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는 “종북좌파라는 말이 어느 한 개인에 대해 위협적인 말이 되지 않고, 생각이 다른 정파에 대해 위협적인 프레임이 되지 않는 세상만 돼도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고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진보ㆍ보수의 낡은 프레임ㆍ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고, 진보ㆍ보수 이런 것은 거의 의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상식ㆍ실용 선에서 판단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킬 엄청난 산업구조ㆍ일자리ㆍ사회 변화에 우리가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반기는 국민이 있는 반면 반대하는 국민도 있다. 그것 때문에 실제 피해 보고 어려워지는 국민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부분을 해결하자면 결국 더 큰 틀의 사회적 대화, 그것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관련, “과거 불행한 역사가 있었기에 끊임없이 파생되는 문제가 있고 그 때문에 양국 관계가 때로는 불편해지는 게 사실”이라며 “요즘 일본이 그런 문제를 자꾸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서 문제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주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로들께서 일본 사람들과도 만나 논의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양국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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