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꼭 알아야 할…’’ 신간 낸 노윤호 변호사
“가해학생 보복 우려해 제지 안 하면 피해학생 계속 당해 ”
학교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폭력을 단순한 애들 싸움으로 보는 순간 2차 가해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어른들이 조금 더 일찍, 보다 엄격하게, 적극적으로 개입했더라면 그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지난해 11월 중학생인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이 입고 있던 패딩 점퍼를 빼앗고 아파트 옥상으로 불러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을 두고 노윤호(35)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아이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가해학생들을 불러 피자와 치킨까지 사줬지만 한 가해 학생이 피해자의 패딩 점퍼를 입고 법원에 출석하는 등 죄책감 없는 모습을 보여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노 변호사는 “부모님들은 혹시라도 신고하고 어른들이 나서면 가해자의 심기를 건드려 괜한 보복을 당할까 봐 우려하지만, 어떤 제지도 없는 상황에서 피해 학생은 계속 폭력의 타깃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학교 폭력에 연루된 학생과 부모를 매일 만나는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인 노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2016년 초부터 서울과 인천 소재 다수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학폭위) 위원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4년차 ‘학폭 전문 변호사’다. 학폭위에 참여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꼬박꼬박 올린 활동 수기와 학교폭력 정보들은 지난 달 ‘엄마 아빠가 꼭 알아야 할 학교폭력의 모든 것’이란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됐다.

노 변호사는 학교 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른들의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믿는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들 중에도 “애들 싸움에 어른까지 끼면 일이 더 커진다”며 부모들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는 “아이들을 가장 잘 아는 부모들이 학교 폭력의 작은 신호에도 발벗고 나서 이를 학교에 신고해야 한다”며 “가해 학생 부모들에게도 이를 알리고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진상을 파악하고 가해 학생에 책임을 물어야만이 더 큰 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학교 폭력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다가 “애들은 치고 받고 싸우면서 큰다”는 담당 판사의 말을 듣고 노 변호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경미한 학교 폭력(1~3호 조치)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기로 한 최근 교육부 방침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냈다. 작은 사건까지 학생부에 기재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소송을 부추길 수 있다는 교육부 입장에 대해 노 변호사는 “중징계를 받은 가해자 측에선 어떻게든 1~3호에서 해결하려 불복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피해자 쪽은 경미한 조치에 반발할 수 있어 분쟁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해 학생 입장에서 징계를 받아도 기록에 남는 불이익은 없다는 것을 알고 악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른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이 모든 학교 폭력에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를 밟을 때는 변호사들이 나설 수밖에 없지만, 학교 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부모들이 쥐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해 학생 부모들 중에는 “우리 애가 사람 죽인 것도 아닌데 별 것 아닌 일로 앞길 막혔다”며 피해자들을 더 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더 큰 폭력을 막기 위해선 부모도 몰랐던 폭력 성향이 있는 건 아닌지 심리 상담을 해 보거나,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등 가해 학생 부모도 역할을 해야 한다. 노 변호사는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건 역시 부모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