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회의록 분석… “경찰 권한 비대화로 국민 불안감” 강조
문무일 검찰총장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에 공개 반발한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본보가 2일 분석한 1월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경개혁소위원회 비공개회의 회의록을 보면, 검찰은 “개혁에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겠다”면서도 정작 권한을 덜어내려 할 때엔 완강히 저항했다. 검찰 개혁을 추진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만, 경찰에 대한 불신도 여지 없이 드러냈다.
백혜련ㆍ송기헌 등 민주당, 곽상도ㆍ이철규 등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은 지난 1월 국회 검경개혁소위 회의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논의했다. 검경의 입장을 좁히기 위해 검찰 측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봉욱 대검찰청 차장, 경찰 측 임호선 경찰청 차장도 출석시켰다.
회의에서 김오수 차관은 “검경수사권은 국민들의 인권과 직결된다”, “자치경찰 실시,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가 정리되지 않으면 경찰의 권한이 비대화돼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준다”고 줄곧 문제를 제기했다. 또 “특정인을 상대로 1년, 2년 장시간 (경찰의 내사가) 이뤄지면 지금은 검찰이 통제할 수 있는데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의 권력이 비대화되면 국민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문 총장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김 차관은 경찰 출신인 이철규 의원이 “자꾸 인권 문제를 말씀하시는데, 어디에 근거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나”고 따지자, “경찰의 수사 영역이 방대하고 규모도 12만명이나 된다. 앞으로 수사도 검찰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게 된다”고 맞받았다. 봉욱 차장도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방안에 “(다른 나라에서도)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반기를 들었다.
김 차관은 또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께서 검찰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의견을 낸 부분이 있다”고 했다. 차관이 상급자인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사개특위 의원들이 추가 질문을 하자, 김 차관은 “검찰이 완강하게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장관님이) 제대로 의견을 수렴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다소 완화한 답변을 했다.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ㆍ경제ㆍ공직자범죄ㆍ선거ㆍ방위사업범죄로 제한하는 방안에도 검찰은 강하게 저항했다. 봉 차장은 “국민들이 반드시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상황에 (검찰이) 아예 수사를 못할 수 있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경수사권 조정안에는 검찰 요구를 반영해 ‘부패ㆍ경제ㆍ공직자범죄ㆍ선거ㆍ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로 다소 완화된 문구가 들어갔다.
경찰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임호선 차장은 “지금까지 예의를 지키려고 애썼다. 적어도 경찰관들의 사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발언은 자제해 달라”고 항의했다. 백혜련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항상 검경수사권을 조정하려 할 때마다 검찰의 엄청난 저항이 있었다”며 “검경수사권 조정을 해야 비대했던 검찰 권한을 제한해 검경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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