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 여행사 측의 과실로 여행객이 사고를 입었다면 치료비뿐 아니라 외국 체류비와 국내 후송비용까지 여행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일 황모씨가 여행사 노랑풍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황씨는 2016년 3월 노랑풍선의 ‘호주-뉴질랜드 남북섬 10일 패키지 여행’을 따라 나섰다. 여행 중 투어버스가 앞차를 추월하려다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투어버스가 급정거를 하면서 황씨는 좌석에 머리를 부딪히는 충격을 받았다. 황씨는 발작을 일으켜 ‘기타 급성 정신병장애’ 진단을 받았고, 현지에서 보름 넘게 입원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4월 환자이송업체를 통해 귀국했다.
황씨 측은 “과거에 정신질환을 앓거나 치료받은 전력이 없는데 교통사고로 입원까지 하게 됐다”며 “치료ㆍ체류비와 환자후송비, 귀국 후 치료비 등 총 5,400여만원 가운데 보험금을 뺀 4,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사고 후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뉴질랜드 현지 병원 입원 당시 뇌 손상 등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여행사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현지 교통사고에 따른 머리 부위 충격으로 정신병장애를 입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미한 접촉사고였고, 황씨 이외 다른 여행자들은 별다른 이상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여행사 책임을 20%로 제한, 손해인정액(2,068만원)의 20%인 413만원을 지급하라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보다 여행사의 책임을 더 넓게 봤다. 대법원은 “후송비 2,700여만원을 비롯, 뉴질랜드 체류비, 국제전화 통화료 등을 모두 포함해 손해배상 비용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단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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