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폰트 황석현 대표
“한글은 사람을 가장 닮은 글자예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후손들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담은 독립서체를 개발했습니다.”
대구 유일의 폰트 제작회사 다온폰트는 최근 GS칼텍스의 의뢰를 받아 ‘독립서체’를 개발했다. 3ᆞ1절과 임정 100주년을 맞아 GS칼텍스가 기획하여 무료배포 중인 ‘독립서체’ 캠페인에 개발업체로 참여한 것이다. GS칼텍스는 과거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그룹 이념에 기반하여 현재 남아있는 기록으로나마 찾아볼 수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필적을 정식 폰트로 개발, 배포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다온폰트 황석현(44) 대표는 파편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는 독립운동가의 글씨체를 모아 현대에 맞게 복원해 디지털 폰트로 제작했다.
3월1일에는 독립운동가 ‘윤봉길체’를 개발한 데 이어 같은 달 6일에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만해 한용운체’, 지난달 10일에는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백범 김구체’, 같은달 22일에는 민족시인 ‘윤동주체’를 복원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윤봉길체는 1932년 만주에서 어머니께 보낸 ‘어머니전상서’에 사용된 한글자음과 모음을 기초로 디자인했고, 백범김구체는 김구 선생이 남긴 백범일지를 100번 이상 필사하면서 최대한 본인의 서체를 살리려고 했다”며 “특히 윤동주체는 시인의 시적 감성을 그대로 옮겨내기 위해 보통 한 가지 형태의 종성만 사용하는 것에서 탈피해 ‘별헤는 밤’시에만 6가지 종성을 사용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제작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모든 자료를 100번 넘게 필사하는 동안 인물의 성격과 역사적 배경도 같이 공부해야 했다. 황 대표는 잠시라도 쉬면 필체의 흐름이 끊겨 4~5일을 한 자리에 앉아 잠도 한 숨 자지 않고 자신이 독립운동가라는 생각으로 필사했다. 백범은 꿈에도 나와 호통을 쳤단다. "'글씨를 복원하는 동안은 '내가 백범 김구'라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백범일지를 어떤 마음으로 쓰셨을까 생각하면서 한 획 한 획 필사했죠."
힘들었던 서체 개발이었기에 보람도 남다르다. 독립서체를 사용하는 국민들이 갓김치와 김, 과일 등전국의 특산물도 보내주고 있다. “좋은 서체를 개발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황대표는 지난 3년간 손글씨체인 캘리그라피폰트 100종, 컴퓨터글씨체인 타이포그래피폰트 55종 등 200여 종의 서체를 제작했다. 제작된 폰트들은 모두 개성만점이다. 세로쓰기가 가능한 ‘세로체’, 글자가 상하좌우 반대로 나오는 ‘헷가닥체’ 등 일반적인 정사각형 형태의 한글폰트가 아닌 사람 마다 다른 소리가 나는 한글에 특성을 살리고자 다양한 형태로 만들고 있다.
보급에도 열심이다. 경북정보화농업인연합회를 위해 ‘경북정보화체’ 폰트를 개발해 후원했고, 의정부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개발한 ‘박건하의 건빵체’는 학생들에게 한글을 쓰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건빵체 판매수익은 굿네이버스를 통해 후원할 예정이다.
그는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만화가 지망생들을 위한 ‘만화글씨체’, 지난해 572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 폰트 7종을, 같은 해 4월에는 대구의 고유 이미지를 글자화 한 ‘달구벌체’와 ‘수달 고딕체’ 등 9종을 무료로 배포했다.
황 대표는 “한글이 명조 고딕만 있다면, 오래 계승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한글을 쓸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한글을 개발하고, 개발한 한글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이 한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한글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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