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보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지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지요.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처럼 겹겹의 산에 둘러싸이기도 하고 굽이굽이 산을 빠져나오면 느닷없이 바다가 펼쳐지기도 하지요. 물로 둘러싸인 육지, 섬은 누가 보아도 참 다른 시야지요. 섬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단절’이 떠오르지요. 배가 끊겼다는 표현의 사실성처럼 물에 덩그마니, 섬은, 결코 땅을 밟지 못할, 결코 내딛지 못할 ‘절대고독’을 품고 있지요.

“표범처럼 웅크린”과 같이, 인간의 시선은 섬들을 자주 동물의 형상에 비유하지요. 언제라도 단절을 헤치고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인간의 무의식이 반영된 것이지요. 1887년에 태어나 1961년에 생을 마감한 블레즈 상드라르는 “구두창에 바람이 든 사내”(‘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라는 수식이 붙을 만큼 세계 각지를 누볐던 모험가였다지요. 섬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움직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는데, “시란 대담하고 새로운 장치로 행동을 말 속에 가두는 것”이라는 시론을 가진 모험가는 “움직이지 않는”, 이 자발성을 선택했지요.

요즘 섬 같아, 흔히 쓰는 비유지요. 나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고립감을 누구나 겪지요. 고독할 때는 고독에 집중하기. 물론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그러나 이 최소의 중력을 놓치면 해변에 던질 구두가 생각조차 나지 않게 되지요. “그대들에게 가닿고 싶은 마음에”, 이 낭만적 시구는 때로는 절박함에서 비롯되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고독에 집중하는 것은 “잊지 못할 이름 없는 섬들”처럼, 나의 “수목”을 살피고 돌보는 것에서부터. 밖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안의 시선에서부터 증명되어야 ‘나는 존재한다’ 할 수 있지요. 존재는 섬들처럼 비밀을 거기에 품고 있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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