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1일(현지시간)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금리 결정에 있어 인내심을 보일 것이란 기조를 유지했다. 연준은 경기와 물가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강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시장 기대가 높아진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다.
연준은 이틀 간의 FOMC 회의를 마치고 이날 공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2.5%로 유지했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고 경제활동은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다”면서도 “가계의 소비와 기업 고정투자는 둔화 양상을 보였고 물가 상승률은 줄어들어 목표치인 연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2019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환산 3.2%로 예측치를 상회했지만 소비ㆍ투자 부문에선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음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만 시장이 기대하던 금리 인하 가능성은 꺾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는 일시적 요소에 의한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지나면 목표치인 2%에 다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낮은 물가상승률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낮추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은행이 연준에 추가로 맡겨 놓은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IOER)은 2.4%에서 2.35%로 미세하게 낮췄지만, 시장에선 기술적 변동에 불과하다고 대체로 평가했다.
국제경제 전반에 대한 연준의 우려도 줄어들었다. 파월 의장은 영국의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줄어들고 미중 무역협상도 진전되고 있으며 각국이 완화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상황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불황이 온 후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인가, 아니면 선제적 조치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위원회는 현재 정책 기조에 만족한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서도 파월 의장은 “연준은 정책 결정에 있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료를 분석하고 움직인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FOMC 회의 기간인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경제는 3.2% 성장하며 잘 나가고 있지만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 정책을 편다면 로켓처럼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시장은 연준의 결정 자체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한 점엔 주목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연준 성명에서 물가상승률을 언급한 것이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으로 보였지만 낮은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이라고 말한 파월 의장의 표현이 분위기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투자그룹 골드먼삭스와 피델리티 등은 연중 금리는 동결될 것이며, 2020년에는 금리인상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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