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계부 김모(31)씨가 1일 구속됐다. 이차웅 광주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김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사건과 관련, 경찰이 범행 공모 및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모에게 딸이 계부를 경찰에 신고한 내용을 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도 일고 있다. 경찰이 성범죄 신고 내용을 친모에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계부도 이를 알게 됐을 개연성이 커졌고 결국 의붓딸 살인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경찰은 이날 친모 유씨의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중학생 A(12)양과 친부는 의붓아버지인 김씨를 성추행 혐의로 목포경찰서에 신고했다. 친부는 이혼한 전처 유씨로부터 딸이 의붓아버지 김씨에게서 음란동영상을 받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경찰에 밝혔다.
이에 경찰은 이튿날 A양 친모 유씨에게 신고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전화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경찰에선 친모 유씨가 신고자 역할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의 접촉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결국 의붓아버지인 김씨가 신고 사실을 알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친모 유씨가 김씨와 현재 부부관계란 사실을 간과, 비극적인 사건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경찰에선 신고 사실을 인지한 김씨가 복수심과 성범죄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로 의붓딸 A양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최초 신고를 접수한 목포경찰서에서 광주경찰청으로 사건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록과 대응 처리 등을 토대로 문제점과 오류 등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와 유씨의 공모 여부를 둘러싼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이를 입증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와 현장검증에서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김씨는 아내도 공범이라고 진술하고 있지만 유씨는 살인과 사체유기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부부의 휴대폰 위치 확인 자료와 범행장소 인근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정밀 조사 중이다.
광주=안경호ㆍ박경우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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