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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발견, 시티투어버스] 옛 대통령 별장ㆍ교육박물관ㆍ육거리시장… 문화ㆍ생태투어 한번에 ‘가성비 갑’

입력
2019.05.03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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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청주 

문의문화재단지에 도착한 청주시티투어 참가자들이 입장에 앞서 해설사로부터 단지내 시설과 건립 취지에 대해 듣고 있다.
문의문화재단지에 도착한 청주시티투어 참가자들이 입장에 앞서 해설사로부터 단지내 시설과 건립 취지에 대해 듣고 있다.

“원효대사가 청주 현암사에서 명상하던 중 ‘천년 후에는 이곳 산 아래에 호수가 생기고 왕이 머물게 되리라’고 예언했는데, 정말 그 곳에 대청호가 생기고 대통령 별장이 들어섰어요. 참 신기하죠?”

햇살이 가득 쏟아진 지난달 27일 오후. 청주시티투어 버스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입구로 접어들자 신완호(70)문화관광해설사가 ‘전설따라 삼천리’같은 얘기보따리를 풀었다. 봄기운에 나른해하던 30여명의 승객들은 처음 듣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신 해설사의 구수한 입담이 이어졌다.

“한 때 ‘대통령이 호수에 낚싯대를 던지면 군인들이 잠수해서 바늘에 큰 물고기를 물려놨다’는 둥 ‘공사를 맡았던 인부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는 둥 별별 소문이 다 돌았습니다. 대통령 별장이라고 꼭꼭 숨겨놓은 탓에 생겨난 유언비어였죠. 하지만 청남대는 더 이상 은밀한 권력의 공간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 호반 풍경과 생태, 문화를 만끽하는 국민쉼터로 탈바꿈했지요.”

한국교원대 교육박물관을 방문한 시티투어 참가자들이 1970년대 교실에 앉아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한국교원대 교육박물관을 방문한 시티투어 참가자들이 1970년대 교실에 앉아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청주시티투어 버스는 이날 오전 10시 청주 가경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 KTX오송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관광객들을 잔뜩 실은 버스는 10분 만에 첫 행선지인 한국교원대 교육박물관에 닿았다.

‘삶과 교육은 하나’란 푯말을 뒤로한 채 교육체험실로 들어서자 40~50년 전 학교 풍경이 펼쳐졌다. 양철 도시락이 수북이 쌓여 있는 갈탄난로, 칠판 옆에 걸린 국민교육헌장 액자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영락없는 1970년대 교실이다. 삐걱거리는 나무 책걸상도 옛 모습 그대로다. ‘수타리만화방’ ‘달여울문방구’ 등 학교 앞 골목의 간판들이 정겹기만 하다. ‘그 때 그 시절’코너엔 표준전과 같은 참고서와 교과서, 시대별 교복, 옛날 학용품이 빼곡하다. 서울에서 여고 동창생들과 함께 온 김진선(58)씨는 “타임머신을 타고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교육박물관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열고 있는 태극기 특별전.
교육박물관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열고 있는 태극기 특별전.

기획전시실에서는 태극기전이 열리고 있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박물관측이 마련한 특별전이다. 1882년 우리나라 최초 태극기가 수록된 미국 서적, 달팽이 같은 태극 문양에 4괘 위치가 일정하지 않은 ‘대한제국기’, 붉은색 일장기에 청색을 덧칠해 태극 모양을 만들고 4괘를 그려 넣은 ‘일장기 개조 태극기’ 등이 눈에 띈다. 관람객들은 진귀한 태극기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특별전은 100일 간(6월 8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중부권 최대 재래시장인 청주육거리시장. 시티투어 관광객은 이곳에서 점심과 쇼핑을 즐긴다.
중부권 최대 재래시장인 청주육거리시장. 시티투어 관광객은 이곳에서 점심과 쇼핑을 즐긴다.

두 번째 행선지는 청주 도심에 자리한 육거리시장. 1,200여개 점포에, 종사자만 4,000명이 넘는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이다. 이 시장은 전국 최초로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한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쇼핑카트를 비치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여전히 활기찬 재래시장이다. 이곳에서 시티투어 관광객들은 1시간 동안 자유 시간을 가졌다.

꼬마족발, 부침개 골목에서 점심을 먹고 쇼핑도 즐겼다. 투어버스는 육거리시장에서 대전에서 온 관광객 2명을 더 태웠다. 청주시티투어는 빈 좌석이 있으면 아무데서나 현장 탑승이 가능하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인기가 제일 좋은 대장간. 관광객들은 직접 쇠를 불려 농기구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마음에 드는 연장을 사가기도 한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인기가 제일 좋은 대장간. 관광객들은 직접 쇠를 불려 농기구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마음에 드는 연장을 사가기도 한다.

시장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승객들은 대청호반의 문의문화재단지로 향했다. 이 단지는 실향민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조성됐다.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유물과 옛 마을을 복원해놓았다. 성문을 통과해 오르막길을 오르면 고택과 장승, 주막집, 토담집, 성황당, 대장간 등이 나타난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상주가 시묘살이를 하던 여막도 보인다. 단지 꼭대기에는 조선시대 객사(客舍)인 유형문화재 문산관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대청호 풍경이 일품으로 꼽힌다. 올망졸망한 수변과 호수 안의 인공수초섬이 어울려 절경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인공수초섬에서 분수를 내뿜는다.

문화문화재단지 꼭대기서 바라본 대청호 풍경. 특히 이곳에서 보는 일출이 아름다워 사진 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화문화재단지 꼭대기서 바라본 대청호 풍경. 특히 이곳에서 보는 일출이 아름다워 사진 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남대 제1전망대에서 굽어본 청남대와 대청호. 제1전망대까지 오르는 645개 계단은 ‘행복의 계단’이라 불린다.
청남대 제1전망대에서 굽어본 청남대와 대청호. 제1전망대까지 오르는 645개 계단은 ‘행복의 계단’이라 불린다.

마지막 행선지인 청남대는 야생화 천국이었다. 백합나무 430그루가 늘어선 가로수 길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자 진달래, 철쭉, 금낭화 등 봄꽃 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매년 이 맘 때면 청남대는 143종 350만본의 야생화가 활짝 피어 봄을 알린다.

봄 꽃이 만개한 지난달 27일 청남대 야외공연장에서 난타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매년 4~5월 봄을 맞는 ‘영춘제’를 열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회를 선사한다.
봄 꽃이 만개한 지난달 27일 청남대 야외공연장에서 난타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매년 4~5월 봄을 맞는 ‘영춘제’를 열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회를 선사한다.

청남대는 자연생태도 좋지만 볼거리도 아주 다양하다. 대통령이 침실 서재 접견실 등으로 쓰던 본관 앞에는 최고 권력자의 공간을 엿보고 싶은 관람객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청와대 건물을 60%크기로 축소해 놓은 대통령기념관은 대통령 기록화를 감상하는 이들로 붐볐다. 보수 공사로 2층 대통령체험실이 닫힌 것이 못내 아쉬웠다. 대통령체험실은 관람객이 대통령처럼 무개차에 올라 의장대를 사열하거나 외국 정상과의 회담을 주재하고, 대국민 연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대통령광장에 세워진 역대 대통령 동상. 키 몸무게 등 실제 대통령 모습 그대로 제작됐다.
대통령광장에 세워진 역대 대통령 동상. 키 몸무게 등 실제 대통령 모습 그대로 제작됐다.

골프장 헬기장 양어장 메타세콰이아숲 오각정 초가정 등 대통령들의 숨결이 깃든 시설도 곳곳에 널려 있다. 무궁화 모양을 본 따 만든 오각정에서 만난 한성구(64)씨는 “김대중대통령이 사색을 즐기던 정자에 앉아 잔잔한 호수도 감상하고 김영삼대통령이 조깅을 즐기던 길도 가볍게 뛰어보았다.”며 “역대 대통령의 사연을 간직한 장소와 시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수상 데크에서 음악 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양어장. 멀리 보이는 건축물이 청와대 건물을 60%크기로 축소해놓은 대통령기념관이다.
수상 데크에서 음악 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양어장. 멀리 보이는 건축물이 청와대 건물을 60%크기로 축소해놓은 대통령기념관이다.
청남대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세콰이아숲.
청남대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세콰이아숲.
물과 숲이 어우러진 청남대.
물과 숲이 어우러진 청남대.

대통령길은 청남대가 자랑하는 명물이다. 호반을 낀 13.5㎞의 길은 6개로 나뉘고 또 서로 이어진다. 각 길에는 청남대를 이용하거나 방문했던 6명의 대통령 이름을 붙였고, 입구에는 해당 대통령의 동상을 세워 놓았다. 청남대가 처음이라는 이희숙(41)씨는 “이렇게 호젓하고 생태가 잘 보존된 숲길이 있는 줄 몰랐다. 다음엔 온 가족과 함께 대통령 길을 모두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청남대 본관은 언제나 관람객들로 만원이다. 본관에는 대통령 침실 서재 접견실 등이 있다.
청남대 본관은 언제나 관람객들로 만원이다. 본관에는 대통령 침실 서재 접견실 등이 있다.

이 날 진행된 시티투어는 청주시의 4개 정기투어 가운데 하나인 ‘둘러볼래’코스.

청주시티투어는 계절에 따라 봄·가을(3월 중순~11월 중순)과 여름(7월 20일~8월 11일)으로 나눠 토요일과 일요일에 운행한다. 봄·가을 토요일엔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교육박물관~육거리시장~문의문화재단지~청남대를 방문한다(둘러볼래 코스). 일요일은 청주의 역사를 알아보는 ‘알아볼래’코스다. 가경시외버스터미널과 KTX오송역에서 손님을 태운 뒤 국내 유일의 네모꼴 토성인 정북성 토성(사적 415호), 전국 유일의 인쇄전문 박물관인 청주고인쇄박물관, 국보 41호 용두사지철당간을 거쳐 청남대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무더운 여름에는 실내 관광 위주로 바뀐다. ‘배워볼래’(토요일)코스는 교육박물관 고인쇄박물관 미동산수목원 등을, ‘느껴볼래’(일요일)코스는 국립현대미술관청주 국립청주박물관 상당산성 등을 돌아본다.

수시투어는 30명 이상이 단체로 신청하면 운행한다. 외국인이나 청주시 협약기관 소속원 등은 20명 이상도 가능하다. 코스는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수암골 성안길 등 청주도심을 돌아보는 ‘도심투어’, 문암생태공원 두꺼비생태공원을 체험하는 ‘환경생태투어’, 신채호사당 손병희유허지를 도는 ‘애국독립운동지사 투어’ 등 11가지 테마 중에서 고르면 된다. ‘직지인쇄’ ‘황새먹이주기’ 등 청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19가지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청주시티투어 요금은 정기든 수시든 모두 2,000원. 청남대를 포함한 ‘둘러볼래’와 ‘알아볼래’코스는 청남대 입장료 3,000원을 추가한다.

안용혁 청주시 관광정책팀장은 “청주시티투어에는 청주를 상징하는 문화유산과 관광지, 박물관, 자연자원을 두루 담았다.”며 “지역의 알짜 관광지를 큰 부담없이 하루에 둘러볼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여행상품”이라고 말했다.

청주= 글 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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