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하락ㆍ중국 불황 속 4월 수출액 전년비 2% 감소
국내 수출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수출 전선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전체 수출 물량은 늘었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 경기둔화가 총 수출금액을 끌어내렸다. 특정 제품ㆍ국가에 대한 수출 편중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수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한 488억6,0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우리 수출액은 지난해 12월(-1.3%)을 시작으로 1월 6.2%, 2월 11.4%, 3월 8.2% 감소하며 지난달까지 벌써 5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447억3,7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41억200만달러 흑자로 8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달 전체 수출 물량이 2.5% 늘었음에도 총 수출액이 감소한 건 반도체 단가 하락 영향이 컸다. 반도체는 지난해 4월보다 수출액이 13.5% 급감했다. 8기가비트(Gb) D램 가격이 1년 사이 52.2% 폭락해 개당 4.3달러까지 낮아졌고, 12Gb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 역시 같은 기간 26.5% 하락(개당 5달러)한 영향이다. 중국 스마트폰 수요 정체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반도체 수출액 감소폭은 지난 2월(-24.8%) 최악이었고, 3월 –16.6%, 4월 –13.5%로 나아지고 있다. 그나마 고전해 온 자동차와 선박 수출액이 각각 5.8%, 53.6% 증가한 건 고무적인 부분이다.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4월 총 수출액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년 동기보다 수출액이 오히려 0.8% 증가했다”며 “지난달 수출 감소의 주 원인은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도 지난달 4.5% 줄었다. 6개월 연속 감소세지만 그 폭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 올해 1월엔 19.0%, 2월 17.3%, 3월 15.6% 감소하다가 지난달 한 자릿수가 됐다.
정부는 4월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었지만 이를 수출 회복 분위기로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미ㆍ중 통상분쟁과 중국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 단가 하락도 여전해 최근 회복 흐름이 5~6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며 “국제유가의 안정세와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ㆍ선박 수출 회복 등 긍정 요인이 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 추세가 어느 시점에서 회복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하반기 반도체 수요 개선을 전망하고 있고 국제유가 상승도 하반기부터는 석유제품 수출 단가에 반영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수출이 좋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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