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한달 출산휴가도 시행
“일하기 좋은 회사 만들기 앞장”
지난달 둘째 아이를 출산한 노동진 ㈜한화 과장은 최근 마음의 짐을 크게 덜었다. 첫째 아이 때는 육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이번엔 새로 도입된 ‘아빠휴가’를 통해 아내에게 진 ‘육아 빚’을 어느 정도 갚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노 과장은 “아빠휴가를 받기 위해 자녀를 더 가질까 고민하는 직원들이 있을 정도”라며 “다들 새로운 휴가제도에 들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직원들의 자기개발 휴가(최대 2년)와 아빠를 위한 한달 간의 출산휴가를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2017년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승진 안식월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또 다시 휴가 제도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자기개발 휴가인 ‘채움휴직’은 학위ㆍ직무 관련 자격증 취득, 어학 학습 등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위한 제도다.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면 누구나 신청해 최소 6개월부터 최장 2년까지 휴직할 수 있다. 휴직 기간 동안 매달 150만원의 자기개발 지원금이 지급된다. 근속 기간도 인정해 승진 등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출산 직후 육아 어려움이 큰 시기에 1개월 휴가 사용을 의무화한 ‘아빠휴가’는 배우자가 최근 3개월 안에 출산한 남성 직원들을 위한 제도다. 제도 시행에 앞서 한화그룹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개선ㆍ기업경쟁력 제고방안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채움휴직(43%)과 아빠휴가(27%)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 설문에서 한화 직원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한 내용과 업무를 하며 배운 지식들이 점차 고갈되고 있음을 느낀다”, “재충전이 필요한데 업무와 육아로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채움휴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기업문화의 화두로 자리 잡고 우수 인재 유치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휴식을 통해 인재들의 역량ㆍ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며 “직원 만족도가 매우 높은 승진 안식월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임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인재 이탈을 방지하는 만큼 기업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채움휴직ㆍ아빠휴가와 마찬가지로 전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도입한 승진 안식월은 상위직급(과장~상무보) 승진 시점에 1개월 휴가를 사용하는 제도다. 현재 한화 직원들의 안식월 사용률은 81.3%(올해 3월 기준)에 달한다. 아프리카ㆍ유럽 자동차 여행을 떠나거나 육아에 전념하는 등 안식월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사용하는 유연근무제는 금융 등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계열사 4곳을 제외한 28개 계열사에서 현재 시행 중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016년 64주년 창립기념일에 맞춰 ‘젊은 한화’를 선언한 이후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여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미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체질 개선 노력을 계속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기업경쟁력 강화를 강조했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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