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미국과 중국 경제가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한국은 ‘마이너스 쇼크’를 겪으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중국 경제가 좋으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도 좋을 법한데,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내수부진으로 수입량이 줄어드는 이른바 ‘불황형 성장’을 하고 있는 탓에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가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1분기 성장률은 3.2%(전기 대비 연율)였다. 1분기 기준으론 2015년 이후 가장 높고, 작년 4분기(2.2%) 성장률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당초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과 미ㆍ중 무역전쟁 등으로 1%대 성장에 그칠 거라는 전망을 뒤엎고 깜짝 실적을 낸 것이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도 시장 예상치(6.3%)를 웃도는 6.4%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1분기 GDP는 직전 분기보다 0.3% 감소했다. 유진투자증권이 환산한 연율로는 -1.4%에 이른다. 정부는 성장률 부진의 주 요인으로 “세계경제가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는데, 표면적 수치로 보면 세계 경제의 양대 강국 ‘G2’는 예상보다 탄탄한 셈이다.
하지만 G2의 1분기 성장 요인을 뜯어보면 한국에 불리한 요소가 적지 않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 3.2%에서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1.0%포인트에 달했다. 수출이 3.7% 늘어난 반면, 수입은 소비ㆍ투자 부진으로 3.7% 감소한 결과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무역분쟁을 앞두고 미국 기업들이 예정된 수입물량을 작년 4분기로 앞당긴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중국 또한 1분기 성장률(6.4%)에서 순수출 기여도가 1.5%포인트나 됐다. 작년 1분기(-0.6%포인트) 이후 줄곧 마이너스였던 것이, 5개 분기 만에 플러스가 된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반면 중국 내수의 기여도는 작년 3분기 7.1%포인트→4분기 5.9%포인트→올해 1분기 4.9%포인트로 계속 감소세다. 미국과 중국 모두 내수부진, 무역분쟁 등으로 수입이 줄고 있고, 평소 이들의 수입에서 파생되는 글로벌 ‘낙수효과’도 그만큼 약해진 셈이다.
이는 한국에 수출부진→투자감소의 연쇄 충격을 가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G2발 교역이 위축되면서 수출ㆍ반도체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이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설비투자는 수출 추이와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중 수출의 절반이 반도체인데, 중국 내수부진에 따라 대중 수출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단가마저 하락하며 충격이 증폭됐다.
물론 미ㆍ중과 한국의 성장률 격차를 이런 대외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쏠림 경제구조 △1분기 재정지출 공백(정부의 GDP 성장기여도 한국 -0.7%포인트, 미국 +0.1%포인트) △산업경쟁력 약화 등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 등 내부 요인도 함께 거론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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