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법 선고 앞두고 정부 시스템 반도체 지원책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은 여러모로 주목 받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삼성의 원대한 목표에 박수를 보낸다”며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분야 대규모 투자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재계 안팎에서 나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뇌물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사업장을 찾은 것은 청와대가 ‘적폐 청산’ 대신 ‘경제 살리기’ 쪽으로 시각을 전환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에 정부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 동안 불편한 관계였던 삼성과 정부가 한 뜻으로 손을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행사는 시스템 반도체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라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언급하는 것으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정부와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여러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1월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의지를 물었고 이 부회장은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133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고, 이날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주요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화답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는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와 부장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뀐 분위기이지만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한 사정기관의 수사는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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