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보 수가체계 개편… 경증환자 본인부담률 높여
정부가 질병 치료보다 돌봄 받을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에 칼을 빼 들었다.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가벼운 질환으로 장기 입원하는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한 것이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환자만 입원시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안이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됐다고 30일 밝혔다. 개편안의 핵심은 요양병원에 건강보험 수가를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입원환자 분류체계를 단순화한 것이다. 현행 7단계 분류체계는 의학적 유형뿐만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유형(3개)까지 포함돼 있어 장기입원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증환자 자기부담 높인다
앞으로 분류체계는 의학적 필요성만을 기준으로 5단계로 정비된다. 혼수상태이거나 욕창이 심한 환자 등 기존에도 의학적 필요성이 높다고 인정된 환자들의 수가는 현재보다 10~15% 인상된다.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덜한 사지마비 환자에 대한 수가는 현행 수준으로 유지된다. 반면 입원 필요성이 낮은 환자들은 ‘선택입원군’을 신설해 본인부담률을 다른 환자군의 2배(40%)로 올린다.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면서도 치매 관련 약은 복용하지 않는 환자 등이 한 예다.
이밖에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요양병원이 받는 입원료(건강보험 수가)를 차감하는 폭도 커진다. 현재는 361일 이상 입원하는 경우 입원료의 10%(1일당 2,020원)를 수가에서 차감하고 있는데 차감률을 15%까지 올리고 271일 이상(10%) 구간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러한 새로운 수가체계 개편안은 고시 개정 등을 거쳐 올해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요양만 바라는 환자는 집으로”
현재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30%는 식사, 용변 보조 등 돌봄을 받으려는 ‘사회적 입원’ 사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2008년 18만6,280명에서 지난해 45만9,301명으로 늘었는데 중증환자 비율은 72%에서 47%로 떨어진 반면, 경증환자 비율은 51%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 수가 체계 변경을 통해 요양병원이 경증 환자는 덜 받게끔 유도하려는 것이 복지부의 계산이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선택입원군 환자들은 장기적으로 요양병원에 재정상 손해가 될 것이고, 환자들 역시 본인부담이 늘어나니 (퇴원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난해부터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돕는 서비스에 건강보험 수가를 지급해온 만큼, 요양병원 스스로 환자들의 퇴원을 돕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는 새로운 수가체계를 도입한다고 해서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들까지 무더기로 퇴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입원료가 삭감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중증환자(의료최고도 등)에 한해서는 수가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중규 과장은 “환자들을 내보내려는 목적이 아니라, 환자들이 각자의 상태에 맞은 시설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만든 제도”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중증환자인 의료최고도 환자들은 병원에 가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치료를 받고, 경증 환자들은 요양원이나 가정에서 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아 돌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건강보험 종합계획도 확정
이날 복지부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도 서면 심의를 거쳐 확정했다. 향후 5년간의 보장성 강화 방안, 재정전망 등이 담긴 종합계획은 앞으로 국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종합계획은 당초 이달 12일 건정심에서 논의됐지만 건강보험료 인상률과 관련해 과거 10년간 평균 인상률(3.2%)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내용 등에 대해서 일부 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심의가 미뤄졌다. 참여연대와 노동계, 보건의료단체 등 시민운동 진영은 2017년부터 시행된 보장성 강화의 성과에 대한 중간평가 없이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보장성 강화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항목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진일정 등을 조정해 연도별 시행계획에 반영하는 내용을 종합계획 최종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중간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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