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거센 반발 속 회의 진행
권은희 공수처 법안 민주당 수용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9일 밤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를 열어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를 시도했다. 공수처 법안은 기존 합의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발의안 등 2개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뒤 향후 논의 과정에서 단일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인 국회 본관 445호과 220호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방어벽을 친 채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비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앞에 드러누워 여야 4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회의장 진입이 여의치 않자,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과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오후 10시 30분쯤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이어 대치상황이 계속되자, 회의 장소를 국회 본청 6층과 5층에 위치한 정무위 회의실과 문화체육관광위 회의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회의가 지연되기도 했다.
앞서 민주평화당은 오후 9시 국회에서 긴급 의총을 열고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2개 법안을 올리자는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패스트트랙에 참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도 오후 9시 30분 의총을 열고 패스트트랙 참여를 결정했다. 이해찬 대표는 “(법안들을) 신속처리안건에 올려놓고 (한국당과) 협상을 시작하겠다”며 “선거법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우리의 투쟁은 무너져가는 경제를 지키고 민생을 바로 세우자는 정의로운 투쟁”이라며 “이런 각오와 결의는 어떠한 탄압과 도발에도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에서 사면초가에 놓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여야 4당 합의안과 별개로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졌고, 민주당은 곧이어 의총을 열어 이 제안을 수용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사개특위 위원을 권은희 의원에서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한 사보임을 철회하지 않는 대신 권 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중재를 시도했다.
기존 여야 4당 합의안이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케 한 것과 달리 ‘권은희 법안’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대통령 임명이 가능하도록 했고, 공수처 인사권을 대통령이 아닌 공수처장에게 부여함으로써 독립성 보장을 꾀했다. 공수처가 판사ㆍ검사ㆍ경무관 이상 경찰의 기소를 가능케 했던 기존 합의안과 달리 별도로 설치한 기소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한 것도 차이점이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반대파 의원들을 끌어안을 타협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서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사개특위 위원에서 교체된 오신환 의원은 “(권은희 법안은) 김 원내대표의 또 다른 제안일 뿐, 제가 동의하거나 이해 또는 양해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들 역시 오후 9시 모여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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