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ㆍ중진 너나없이 막말 공방…
우상호 “나경원 좀 미친 것 같다”…
홍준표는 “문대통령이 관종 정치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국회 대치 상황에 맞춰 여야 간 말 폭탄 주고받기도 도를 넘고 있다. 정치적 공방에서 시작된 설전이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에도 여야 관계 복원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독재 통치자들 후예가 독재타도를 외치고,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 후예가 헌법수호를 외치는 국회를 어떻게 그냥 두고 떠나겠느냐.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냐”며 자유한국당을 맹비난했다. 당 대표가 제1야당인 한국당을 ‘도둑놈’이라고 표현하며 공방전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한국당도 이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며 맞받아쳤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한국당 의총의 사회를 맡은 민경욱 의원이 “이 대표가 우리한테 도둑이라고 했다. 그대로 놔 둘 수 없다”고 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그대가 도둑이다”란 구호를 외쳤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법적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대통령 홍위병’으로 규정하며 맞불을 놨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공수처는 한마디로 대통령이 사법기관과 입법기관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홍위병을 통해 삼권분립을 해체하고, (공수처는) 공화주의를 무너뜨리는 독재의 칼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반대 정파를 탄압하는 민변 게슈타포를 임기 내에 만들려는 것이 바로 공수처”라고 했다.
중진의원들도 말 폭탄 싸움에 가세해 지도부를 지원사격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좀 미친 것 같다. 나 원내대표 표정을 보니 거의 흥분상태”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 원내대표를 ‘관종(관심병 종자) 정치인’이라고 비난한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의 발언에 빗대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인 관종 정치가”라며 “잘하고 있는 야당 원내대표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사용한 치졸한 용어가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도 설전에 뛰어들었다. 정동영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이런 국회를 폭파해 새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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