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시가 14% 올라 12년 만에 최고 상승률 기록
이의신청도 역대급 2만8735건… 전문가들 “증여 움직임 늘 것”
올해 서울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의 세 배 가까운 14% 이상 뛰면서 12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시가 상승으로 서울 지역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아파트는 작년보다 51%나 늘었다.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주택 소유자의 불만도 역대급으로 많았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 14% 올라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30일부터 확정ㆍ공시한다고 29일 밝혔다. 공동주택 중 아파트는 1,073만 가구, 연립ㆍ다세대는 266만 가구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 상승률은 5.24%로, 작년(5.02%)보다 0.22%포인트 높아졌다. 서울은 14.02% 상승해 전국 평균의 3배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07년(28.4%) 이후 12년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광주(9.77%)와 대구(6.56%)도 전국 평균을 웃돈 반면, 울산(-10.50%) 경남(-9.69%) 충북(-8.10%) 등 10개 시도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천(23.41%)은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마용성’으로 불리며 작년 강북 집값을 끌어올린 마포(17.16%)ㆍ용산(17.67%)ㆍ성동구(16.11%)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시세 기준으로는 12억~15억원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17.90%) 올랐고, 9억~12억원 주택(17.43%)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정부의 ‘핀셋 인상’ 대상이 된 공시가 9억원 이상 공동주택(전국 21만8,163호)의 93.1%(20만3,213호)는 서울에 몰렸다. 이에 올해 서울의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 역시 지난해(13만5,010가구)보다 51%나 급증하게 됐다.
◇’이의 접수’ 작년보다 22배 급증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 제기 건수도 크게 늘었다. 국토부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공시가격 안에 대한 소유자 의견을 청취한 결과 2만8,735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1,290건)의 22.3배에 이르는 것으로, 2007년(5만6,355건)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의견(2만8,138건)이 98%를 차지했고 상향 조정 요청은 597건에 그쳤다. 국토부는 접수 의견 중 21.5%인 6,183건을 조정했다. 상향조정이 108건, 하향조정이 6,075건이다. 하향 조정 건수 역시 지난해(284건)보다 20배 넘게 늘었다.
상향 조정 사례의 상당수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 관련으로 추정된다. 재건축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 넘는 이익을 얻으면 초과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하는데, 사업 시작 시점의 공시가격이 높으면 부담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부담 등도 커질 전망이다. 이날 국토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전용면적 143㎡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6억6,600만원에서 올해 7억3,000만원으로 9.6% 올랐다. 이 아파트의 보유세는 13.9% 올라, 지난해 172만2,000원에서 올해는 23만8,000원 오른 196만원을 내야 한다. 건강보험료도 22만5,000원에서 23만원으로 오른다.
국토부는 이날 “아직 불균형이 해소되진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공시가격 현실화 지속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ㆍ고가주택 보유자들은 매도, 증여, 버티기 등 선택지를 놓고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공시가격 인상은 가격하락보단 거래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전에 다주택자의 막판 급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양도세 중과 부담 때문에 오히려 증여 등 방법으로 세부담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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