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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초고층 장치불꽃 vs 한화 한강변 타상불꽃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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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초고층 장치불꽃 vs 한화 한강변 타상불꽃 ‘자존심 대결’

입력
2019.04.30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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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내달 4일 월드타워서 11분50초 세계 최장쇼 선보여 

 도심 불꽃축제 ‘큰형님’ 한화… 10월 서울축제서 35분간 10만발 

서울 도심의 대규모 불꽃축제에서 롯데와 한화가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지난 20년간 국내 불꽃축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한화의 ‘서울세계불꽃축제’에 국내 최고층(123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를 활용한 롯데의 불꽃쇼가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29일 롯데에 따르면 다음달 4일 오후 8시30분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불꽃축제가 열린다. 국민 모두 새로운 미래로 동행하자는 뜻의 ‘GO. Together’가 주제다.

◇“11분50초의 타워불꽃쇼” vs “한강에 쏘아올린 10만발”

롯데의 불꽃축제는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일대에서 11분 50초간 진행된다. 초고층 건물에서 진행되는 타워불꽃쇼 가운데 불꽃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시간으론 세계 최장이다. 2017년 4월 롯데월드타워 개관 기념 불꽃쇼 때보다 30초 더 늘었다.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는 매년 5~6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는 3~9분 정도 지속되는 불꽃축제를 연다.

도심 불꽃축제의 ‘큰 형님’인 한화의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서울 여의도 한강 변에서 35분에 걸쳐 10만발이 넘는 폭죽을 쏘아 올린다. 한화는 2005년부터 부산 광안리에서 개최하는 부산불꽃축제에선 공중에서 최대 직경 약 400m의 거대한 불꽃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화는 불꽃 수와 크기 면에서 모두 국내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타워불꽃쇼에선 이처럼 대형 꽃이 활짝 피는 모양의 불꽃 연출은 어렵다. 평지와 건물에서 쏘아 올릴 수 있는 불꽃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4월 롯데물산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개관 기념으로 개최한 불꽃축제 모습. 롯데물산 제공
지난 2017년 4월 롯데물산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개관 기념으로 개최한 불꽃축제 모습. 롯데물산 제공
2018년 10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의 한 장면. 한화 제공
2018년 10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의 한 장면. 한화 제공

◇분수처럼 떨어지는 장치불꽃 vs 꽃처럼 터지는 타상불꽃

불꽃은 화약이 100~400m 높이로 올라가 공중에서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터지는 ‘타상불꽃’, 30~80m 정도 상대적으로 낮게 올라갔다 아래로 분수처럼 떨어져 내리며 터지는 ‘장치불꽃’으로 나뉜다. 강변이나 바닷가처럼 넓게 트인 공간에선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초고층 건물에선 안전 문제 때문에 장치불꽃만 가능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롯데는 이번 축제에서 불꽃의 패턴과 색상을 보강했다. 롯데월드타워 외관의 곡선을 활용해 용이 건물을 감고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연출할 예정이다.

대규모 불꽃축제에서 쓰이는 화약은 일반 소비자용 폭죽처럼 질산칼륨, 황 등의 성분을 사용하지만, 순도가 훨씬 높다. 불순물이 적고 순수한 폭약 성분이 많을수록 불꽃은 더 세고 화려해진다.

타상불꽃은 발사포 안에 종이로 싼 화약을 넣고, 발사포를 도화선으로 서로 이은 다음 도화선에 연결된 전선으로 신호를 보내 화약을 쏘아 올리는 방식이다. 한화는 이 작업을 한강에 띄운 바지선 위에서 진행한다. 한화 관계자는 “음악에 맞춰 정확한 시간에 화약이 발사되도록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은 한화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불꽃 기술력을 인정받아 오는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몬트리올 국제불꽃축제에 초청 받았다. 이 축제는 매년 8~10개국 대표팀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불꽃예술경연대회다.

후발주자인 롯데는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건물 외벽에 알루미늄 판(랙)을 설치하고 그 위에 화약이 담긴 원통형 장치(파이로)를 고슴도치처럼 여러 개 박아 놓았다. 컴퓨터로 보내는 신호가 랙에 연결된 전선을 따라 파이로에 도달하는 순간 화약이 뿜어 나오는 방식이다. 긴 밧줄에 의지해 500여m 높이를 오르내리며 외벽에 불꽃장치를 일일이 설치하는 일은 리깅(rigging) 기술자의 몫이다. 이번 축제를 위해 프랑스 불꽃축제 전문기업 그룹에프의 리깅 기술자 28명이 20여일 동안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매달렸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건물 인근 주민들을 고려해 기존 제품보다 연기가 30% 적게 나고 200m 거리에서의 소음이 일반 사무실 수준(54데시벨) 이하로 발생하는 화약 제품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10월 ㈜한화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한강에 띄운 바지선 위에 불꽃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화약이 들어 있는 발사포(노란색 원통)들이 도화선(빨간색 선)으로 연결돼 있다. 한화 제공
지난 2014년 10월 ㈜한화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한강에 띄운 바지선 위에 불꽃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화약이 들어 있는 발사포(노란색 원통)들이 도화선(빨간색 선)으로 연결돼 있다. 한화 제공
지난 2017년 4월 열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개관 기념 불꽃축제를 위해 전문가가 건물 외벽에 매달려 불꽃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롯데물산 제공
지난 2017년 4월 열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개관 기념 불꽃축제를 위해 전문가가 건물 외벽에 매달려 불꽃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롯데물산 제공

롯데는 불꽃축제를 준비하면서 한화의 도움도 받았다. 20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불꽃축제의 주 무대를 강변이 아닌 타워로 옮겨오겠다는 생각이다. 2017년 불꽃축제 때 잠실 일대 상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이번 행사 이후 불꽃축제 정례화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꽃축제는 한 번 치를 때마다 60억~80억원이 소요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다. 시민들에겐 두 대기업의 불꽃축제를 비교하며 즐길 수 있게 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한화는 “단순 비교하기엔 불꽃의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 여전히 서울세계불꽃축제”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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