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영진 7명 수백억 횡령 혐의 기소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코스닥 상장사 전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건실했던 회사는 경영진들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 김형록)는 코스닥에 상장된 휴대폰 카메라부품 제조업체 H사 전 대표 류모(51)씨 등 전ㆍ현직 경영진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기소한 류씨 등 4명은 우호지분 부족으로 2016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 박탈 위기에 처하자 경영권 분쟁 중인 상대방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기로 이면 합의를 해 2016년 4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자를 공개모집했다. 류씨 등은 사채 발행 목적을 ‘공장 증설 자금 100억원‘, ‘운영자금 100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실은 투자금 200억원 중 173억원을 이면합의 대로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지키는 데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영권을 지킨 후에도 회사 사정이 악화되자 류씨 등은 소위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 곽모(46)씨 등 3명에게 보유 주식과 경영권을 200억원에 양도했다. 곽씨 등은 회사 인수 후 발행한 전환사채 대금 100억원을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면서 96억원을 횡령하는 등 무분별하게 회사자금을 유출해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다.
전ㆍ현직 경영진이 회삿돈 수백억원을 쌈짓돈처럼 꺼내 쓰는 동안 대기업에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H사는 지난해 말 자본잠식률이 87%에 달하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현재 상장폐지 결정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상장회사의 자금 모집 관련 공시는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하는 범죄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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