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문 사설... 김정은식 실용주의ㆍ정보 차단 한계 등 반영된 듯
북한이 주민들 대상 선전ㆍ선동의 새로운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나섰다.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된 문구 사용을 자제하고, 무조건 주입하려 들지 말라는 식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선전ㆍ선동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도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선전선동 활동을 참신하게 진공적으로 벌려나가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혁명 진지, 계급 진지를 강화하는 것은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업”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떻게 주민들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당 초급선전일꾼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 초급선전일꾼은 각 기관, 단체, 공장, 기업 등에서 일반 주민을 상대로 사상교양, 선전선동 사업을 하는 간부들을 통칭한다.
신문이 제시한 방법론은 현실성ㆍ실용성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신문은 “적대 세력들은 우리의 혁명 진지를 허물어 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선전ㆍ선동 사업을 형식이나 차리며 기계적으로 하면 반동적인 사상 문화에 진지를 빼앗기게 된다”며 “횟수나 형식보다도 내용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꾸밈도 없이, 실지 있는 사실들과 결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당이 요구하는 것을 에둘러 전파하지 말라고도 했다. 신문은 “당에서 중요하게 강조하는 문제와 그 해결 방도를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직선적으로 알려주어 그들이 당의 의도를 명확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며 “사상 사업의 위력은 대중이 당 정책을 얼마나 깊이 파악하고 그 관철에 어떻게 떨쳐 나서는가 하는 데서 뚜렷이 과시된다”고 덧붙였다.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언사로 현실을 미화 분식하거나 대중의 인식 능력과 수준, 감정정서를 고려함이 없이 선전선동활동을 주입식으로 하는 경향을 철저히 없애야 한다”며 신문은 “자기 단위의 구체적 실정과 대상의 특성에 맞는 올바른 방법론을 찾아내고 철저히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방향성은 과한 선전ㆍ선동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도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실용주의적 접근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평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평양에서 18년 만에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 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서도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지도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국제사회 상식에 걸맞은 사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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