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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의 하이킥] 음반 인플레이션, 팬덤 넘어 시장 활성화 이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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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의 하이킥] 음반 인플레이션, 팬덤 넘어 시장 활성화 이끄나

입력
2019.04.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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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아이즈원, 블랙핑크, 워너원, 엑소의 높은 음반 판매량이 가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 소속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아이즈원, 블랙핑크, 워너원, 엑소의 높은 음반 판매량이 가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 소속사 제공

음반 그래프가 변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방탄소년단은 초동(발매 후 일주일 간 음반 판매량 집계)에서만 213만 장을 돌파했고, 아이즈원,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걸그룹의 초동 역시 13만 장을 훌쩍 뛰어넘었다. 누군가는 음반 시장의 활성화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돌 집중화라고 평가하는 음반 인플레이션 현상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K-POP 실시간 음반 판매량 차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초동으로 30만 장을 돌파한 역대 아이돌 앨범이 모두 지난 3년 새 발매된 음반들이다. 가수별로는 방탄소년단 6장, 엑소 7장, 워너원 5장, 세븐틴 1장, 연도별로는 올해 2장, 지난해 7장, 2017년 7장, 2016년 3장의 앨범이 초동에서만 30만 장을 기록했다. 음반 인플레이션은 이처럼 최근에 더 분명해졌다.

보이그룹 뿐만 아니라 걸그룹의 음반 판매량도 찾아볼 만한 기록을 내는 중이다. 아이즈원이 이달 1일 발매한 앨범으로 13만 장의 초동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2일 동시 발매된 트와이스와 블랙핑크의 앨범도 아직 초동 집계 기간이 끝나기 전인 29일 오전 기준 13만 장과 14만 장을 각각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만 초동 순위가 세차례 이상 뒤집혔다.

이 같은 음반 인플레이션 현상을 만든 가요계 상황들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나날이 공고해지는 팬덤이다. 일례로 방탄소년단, 엑소, 워너원, 세븐틴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을 단숨에 매진시킬 만큼 탄탄한 팬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음반 판매량이라는 호성적은 팬덤을 더 끈끈해지게 하고, 이런 끈끈함이 나아가 더 좋은 성적도 이끌어내고 있다.

걸그룹이 대중성을 강점으로 삼던 시기도 지났다. Mnet '프로듀스 48' 출신으로 국민 프로듀서와 함께 탄생한 아이즈원부터 일본 돔 투어 및 월드 투어를 진행하는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까지, 오디션 및 티켓 파워로 검증된 이들의 팬덤은 음반 판매량에 있어서도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걸그룹에게도 '팬덤이 곧 대중성'이라는 말이 적용된다.

음반 판매량 중에서도 특히 초동이 팬덤 동원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도 사용되는 만큼 기획사들 역시 초동을 높이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준비한다.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 쇼케이스 응모를 받거나, 초동 집계 기간에 팬사인회 일정을 유독 많이 진행하고, 무엇보다 예약 판매 기간을 늘리는 추세다.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 음원은 지난 5일 나왔지만, 음반은 22일 오픈됐다. 그 사이 블랙핑크의 활동 기간은 곧 예약 판매 기간이었고, 다양한 무대를 통한 화제성에 힘입어 블랙핑크는 전작의 초동보다 높은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이유가 있다면 그로 인한 영향도 생기기 마련이다. 음반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가요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다양하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음반 시장의 재활성화겠고, 또 다른 방향에서는 음반 시장이 아이돌 가수들에게 치중됐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황치열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반 강자가 아이돌, 또는 아이돌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10명의 1장씩과 1명의 10장은 엄밀히 의미가 다르다. 음반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는 느낌"이라면서 "사실 이미 성공한 일부 아이돌 가수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음반을 내서 수익을 얻기 어렵다. 많은 역주행이 음원 차트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나. 음반 시장이 정말로 활성화되려면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음원 근절 의식이 커진 이후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 안에서 음반 시장도 자리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앨범의 구성이 다양해지는 만큼 팬들 뿐만 아니라 대중도 소장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음반 판매량의 증가는 기획사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의 수익도 키워준다"며 팬덤을 넘어선 음반 시장 확장의 구조와 효과를 언급했다.

여러 가지 측면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음반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졌다는 점이다. 많은 관계자들은 음반 인플레이션이 하나의 현상이 된 만큼, 앞으로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음반 파워가 가요계에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음반 인플레이션 현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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