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30명 경산 하양 무학로 교회 무료 설계… 첨탑ㆍ네온사인 십자가 없이 절제미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 올 초 완공된 ‘하양 무학로 교회’ 전경. 첨탑이나 네온사인 십자가를 달지 않고 인류 최초의 건축 자재인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지었다. ©김종오 건축사진작가

인구 2만7,000명의 소읍인 경북 경산시 하양읍 주택가에 올해 초 네모난 회갈색 건물이 들어섰다. 창도, 간판도 없는 작은 단층 벽돌 건물이다. 취향 유난한 누군가의 별장 아니면 독특함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는 카페인가 싶은데, 교회다. 조원경(62) 목사가 1986년 개척한 ‘하양무학로 교회’의 신축 건물이다.

하늘로 자꾸 치솟는 대도시 대형 교회와는 180도 다른 외관이다. 무엇보다 주변 풍경을 압도하지 않는다. 스스로 교회임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한국 교회의 상징인 높다란 첨탑도, 네온사인으로 밤새 번쩍거리는 십자가도 없다. 한쪽 외벽에 붙어 있는 작은 철재 십자가가 교회 건물이라는 걸 알려 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신도가 30여명 뿐인 이 작은 교회를 설계한 건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다. 지난해 국가 건축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건축정책위원장에 취임한 것을 비롯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승 대표가 설계를 ‘무료로’ 해 줬다. 최근 하양무학로 교회에서 승 대표와 조 목사를 만나 들은 사연은 이렇다.

승 대표는 3년 전 조 목사에게 교회 설계를 부탁 받았다. 두 사람은 지역 문화유산 세미나에서 만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건축 업계 물정을 잘 몰랐던 조 목사가 승 대표에게 물었다. “7,000만원으로 교회를 새로 짓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7,000만원은 신도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건축 헌금이었지만, 건축 업계 시세로 따지면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였다. 승 대표는 뜻밖에 흔쾌히 수락했다. “네, 됩니다.”

조 목사는 “개척 당시 교회를 패널로 얼기설기 지었는데, 하나님 계신 집이 누추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며 “개척 30주년을 맞아 건물 보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꺼냈는데 승 대표가 선뜻 응해 줘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승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작은 교회 건축 경력이 많다. 그는 “정말로 교회다운 교회를 건축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차였다”며 “가난한 교회일수록 절박하고, 절박할수록 본질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승 대표가 구상한 ‘교회다운 교회’의 핵심은 ‘절제’다. 교회 출입문부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냈다. 문으로 들어서자 마자 단출한 예배당이 나온다. 연면적 15평(49㎡)의 단층 구조로, 50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을 수 있는 크기다. 교회가 ‘커지는 것’에는 앞으로도 관심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벽돌 노출 벽면으로 둘러싸인 예배당에는 신도석과 성가대석, 목사가 설교하는 강연대와 의자, 예배 준비대, 낡은 피아노 한대만 놓여 있다. 목사의 자리를 한껏 높이는 여느 교회들과 달리, 모두 수평으로 배치했다. 방송 장비도 들이지 않았다. 화려한 조명도 없다. 얇고 길게 뚫린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십자가가 걸린 벽면을 비추며 공간을 채운다. 예배당의 소박한 소품들도 승 대표가 일일이 디자인했다.

승효상 건축가가 지은 ‘하양무학로교회’에는 화려한 연단이나 성대한 십자가와 파이프 오르간, 방송장비 등이 없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수도자의 의자’와 벽돌로 만든 낮은 강연대와 신도석 등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겨놨다. ©김종오 건축사진작가

건물 옥상에는 높이 4m의 벽돌 벽을 세우고 작은 기도 공간을 마련했다. 교회 옆에는 야외 예배당이 있다. 등받이 없는 벽돌 의자가 전부인 야외 예배당은 동네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누구든 들러 기도를 하거나 앉아 쉴 수 있게 했다. 교회를 둘러 본 승 대표는 “완공된 예배당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눈물을 흘렸다는 지인이 있다”면서 “교회 공간의 본질인 성찰과 참회의 기회를 준 것 같아 건축가로서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18일 완공된 하양무학로교회를 방문한 승효상(오른쪽)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조원경 목사와 단출한 철재 십자가 아래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지원 기자

승 대표는 설계비를 받지 않았다. ‘재능 기부’를 한 셈이다. 그래도 7,000만원으로 교회를 지을 순 없었다. 조 목사는 “공사비가 얼마나 드는지 가늠조차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승 대표가 작은 교회 설계를 맡아 정성을 쏟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온정이 쏟아졌다. 대구의 한 벽돌공장 대표는 벽돌 10만장을 무상으로 지원해 줬고, 인근 사찰인 경북 영천시 은해사에서도 300만원을 기부했다. 하양읍 주민들도 기부에 동참했다. 공사비로 약 2억원이 들었지만, 빚은 1원도 남기지 않았다. 신도들에게 수백억원 대의 건축 헌금을 무리하게 걷고 그마저도 부족해 빚을 내 호화 성전을 지은 뒤 오른 부동산값으로 빚을 충당하는 대형 교회들과 정반대의 행보를 걸은 셈이다.

하양무학로 교회 옥상에는 폭 1m에 높이 4m의 경건한 기도 공간이 마련돼 있다. 벽돌 벽에 ‘T’자 형의 틈새를 내어 경건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김종오 건축사진작가

승 대표는 대형 교회에서 비싼 설계를 여러 차례 요청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승 대표는 “설계를 의뢰하는 교회들은 대부분 콘서트홀 같은 부대시설을 강조하거나, 신도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넣어 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며 “교회답지 못할 뿐 아니라 교회의 기능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것이어서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쇼핑센터나 회사 건물처럼 생기면 되겠느냐”면서 “교회는 누구나 들어와서 신께 기도하라고 만든 집이므로 그 기능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가장 본질적인 것만 남겨둠으로써 자신을 성찰하고 신과 대화할 수 있게 한 공간이야말로 교회다운 교회”라고 덧붙였다.

하양무학로 교회의 야외 예배당은 동네 주민들이 오다가다 쉴 수 있는 쉼터이기도 하고, 날이 좋은 날 밖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종오 건축사진작가

신도들의 반응은 어떨까. 설계자의 ‘경건한’ 의도와 달리, 칭찬 일색은 아니라고 한다. 교회 입구 천장이 뻥 뚫린 구조라 비를 맞으며 드나들어야 한다는 점, 신도석에 발판과 받침대가 없어 불편하다는 점, 어둡고 썰렁하다는 점 등을 불평하는 신도들이 있다고 한다. 이에 조 목사는 웃으며 말했다. “교회가 인간의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가는 곳은 아니잖아요. 하나님과 만날 수 있고, 또한 마음의 안식을 취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는 가장 교회다운 교회일 겁니다.”

하양=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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