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을 앞두고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말 ‘헤이세이(平成) 마지막 ○○’라는 마케팅을 시작으로 헤이세이 시대를 추억하고 레이와 시대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느껴진다. 개원(改元ㆍ연호가 바뀜) 특수를 의식한 기업들의 마케팅뿐 아니라 정부와 언론도 분위기 조성을 주도하고 있다.
개원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가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202년만의 생전 퇴위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30년 전인 1989년 1월 쇼와(昭和ㆍ1926~1989) 시대가 막을 내리고 헤이세이 시대가 개막한 건 히로히토(裕仁ㆍ1901~1989) 일왕의 서거에 따른 것이었다. 상중(喪中)인 탓에 예정된 각종 이벤트가 최소되면서 거리는 한산했고 TV 프로그램도 자숙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내달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새 일왕 즉위를 축하하는 의미로 중앙부처에 국기를 게양키로 했고,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기업 등에도 게양을 요구하고 있다. TV 방송국들도 30일과 내달 1일에 걸쳐 퇴위ㆍ즉위식 보도와 함께 각종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ㆍ사회적 격변을 겪은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 시대를 맞고자 하는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가 반영돼 있다.
헤이세이 시대는 ‘잃어버린 20년’으로 상징되는, 경제대국 일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시기였다. 1989년 12월 29일 니케이 평균주가는 3만8,915엔까지 치솟았지만 버블 붕괴와 불황 등으로 리먼 쇼크 이후 2009년 3월 7,054엔까지 추락했다. 1989년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기업 10위 중 8개가 일본 기업이지만 지금은 42위의 토요타자동차가 가장 높은 순위다. 2009년엔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중국에 추월당하며 제2위 경제대국 지위를 넘겨줬다. 그나마 2013년부터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기부양으로 지난 26일 헤이세이 시대 마지막 평균주가는 2만2,258엔을 기록했다.
헤이세이 시대는 6,434명이 숨진 1995년 한신(阪神)ㆍ아와지(淡路) 대지진, 1만5,897명이 숨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1995년 옴진리교 도쿄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등 자연재해와 사건이 많은 시기로도 기억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 고전을 인용했다는 새 연호 발표에 이어 6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내년 도쿄올림픽 등을 계기로 일본의 자존심 회복을 강조하겠다는 구상이다. ‘생큐 헤이세이’보다 ‘웰컴 레이와’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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