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래형 TV’로 각광받던 커브드(curvedㆍ곡면)TV가 2년 뒤 완전히 단종된다는 예측이 나왔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요 제조사들이 2017년 커브드TV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커브드 PC 모니터가 매해 판매량을 200만대씩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예상된 몰락…거실에 맞지 않아 소비자 외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서 2021년 이후 커브드TV 판매량이 아예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861만대로 전체 TV 판매량의 3.8%까지 차지했던 커브드TV 점유율이 2년 만에 반토막(1.95%) 난 이후 예상된 결과다.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6% 떨어진 233만대, 내년엔 그보다도 73% 하락한 63만대 수준으로 예측된다. 201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평면TV를 대체할 프리미엄 제품으로 커브드TV가 처음 공개된 지 8년 만에 ‘사망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다.
사실 커브드TV의 ‘몰락’은 예상된 일이다. 처음 출시됐을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표 제조사에서는 높은 몰입도와 화질을 커브드TV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디스플레이 정면에서 TV를 시청할 경우에만 느낄 수 있는 특징이었고, 측면에서 볼 때는 화면이 반사되거나 명암비 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 명의 가족이 함께 모여 시청하는 ‘거실 가전’ 특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생산 비용이 높아 같은 크기 평면TV보다 가격대가 높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불렀다. 2017년 소니와 LG전자가 커브드TV 신제품 출시를 중단한 이후에도 2년간 신제품을 내던 삼성전자마저 올해부터는 국내 시장에 커브드TV 신제품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게임 등에 업은 커브드 모니터 승승장구
커브드TV가 단종 수순을 밟는 것과 달리 PC용 커브드 모니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PC모니터는 TV와 비교해 가까운 정면에서 혼자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커브드 모니터 판매량은 최근 3년간 매해 200만대씩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글로벌 모니터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6년 2.3% 수준에서 지난해 5.4%로 훌쩍 뛰어올랐다.
업계에서는 30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나 듀얼 모니터 등 게임용 모니터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몰입감이 높은 커브드 모니터가 주목을 받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통 1m 남짓 거리에서 사용하는 PC 모니터 특성상 평면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커질수록 전체 내용을 한눈에 담기가 어렵다. 모니터 가장자리에 사각지대가 생겨 이를 보기 위해서는 계속 눈동자를 움직여야 해 피로감도 높아진다.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 등 장시간 화면 전체를 주시해야 하는 1인칭 슈팅게임(FPS)의 인기도 커브드 모니터 인기에 한몫 했다.
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모니터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도 게임 환경에 최적화한 커브드 모니터 실적은 계속 좋은 편”이라며 “일찌감치 커브드TV 사업을 정리한 주요 제조사들이 최근 게임 특화 브랜드를 만들 정도로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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