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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정자 건강’ 우려로 ‘정자 냉동보관’도 인기

입력
2019.04.28 17:00
수정
2019.04.28 18:4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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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은행에 냉동으로 보관된 정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정자은행에 냉동으로 보관된 정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정자를 냉동보관하는 서비스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 남성들의 정자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로 ‘정자 건강’에 대한 근심이 커지면서 하루라도 젊은 시절의 건강한 정자를 보관해두기 위해서다.

정자 냉동보관은 예전에는 불임 환자나 암 투병자, 혹은 전쟁터에 가는 군인들 위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건강한 젊은 남성들의 관심을 끌면서 벤처 창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하버드대 혁신실험실을 모태로 지난해 10월 설립된 ‘레거시’는 우편으로 냉동기구 세트를 보내서 정자를 수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번거롭게 업체를 찾아 정자를 추출하지 않고 집에서 전 과정을 해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1월 실리콘밸리 등으로부터 200만달러(약 23억2,200만원)를 투자받아 창업한 ‘대디’의 정자 보관 서비스도 우편을 통해 이뤄진다.

난자 냉동 서비스가 대략 1만~1만5,000달러(약 1,160만~1,740만원)가 드는 데 비해 정자 냉동은 가격도 훨씬 저렴해 대중화를 겨냥하고 있다. 레거시의 경우 보증금 350달러에 매달 보관료가 20달러이고, 대디는 정자 수집 세트 가격 99달러에 매달 보관료가 9.99달러다. 레거시의 최고경영자(CEO)인 칼리드 커티리는 WP에 “우리는 정자 냉동을 미래를 위한 보험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정자를 미리 보관해두자는 심리는 2017년 나온 정자 수 감소 연구 결과의 여파 중 하나다. 미국 마운트시나이 의대와 이스라엘 히브리대 공동연구팀은 1973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정자 수 관련 논문 185건에서 다뤄진 4만2,935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40년간 북미ㆍ유럽ㆍ호주 등 서구 남성들의 정자 농도가 52.4%가 감소했고 정자 수는 59.3%가 줄었다고 발표해 큰 파장을 낳았다. 이는 지금까지 정자 수와 관련된 연구 가운데 최대 규모인데, 정자 수 감소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이후 ‘정자 공황(sperm panic)’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자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발맞춰 집에서 정자 수를 체크할 수 있는 기기나 스마트폰으로 정자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이 나오며 ‘정자 건강 시장’이 형성됐다.

물론 이 같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뉴욕 생식의료협회의 네이턴 바 차마는 “정자 진단은 건강상의 이유로 유용할 수 있지만, 정자는 난자처럼 나이가 들면서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는다”며 “20~30대의 건강한 남성들이라면 굳이 긴급하게 정자를 냉동보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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