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장외집회를 열었다. 황 대표 취임 후 두 번째 장외투쟁이다. 지난주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색깔론을 폈던 황교안 대표는 이 날도 “문 정권이 좌파 독재를 하고 있다” “이 나라가 수령국가냐”라며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법치주의를 신봉한다는 보수정당의 대표가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좌파 독재’ ‘수령국가’ 따위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궤변일 따름이다.
20대 국회 들어 17차례나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한국당 지도부는 아예 국회를 떠나려는 듯 매주 토요일 장외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의회 쿠데타인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서는 장외투쟁이라는 ‘비상적 대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명분이 없다. 패스트트랙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동물국회’를 막겠다며 제안해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합법적인 절차다. 자신들도 합의했던 선거제 개혁 논의를 거부하며 시간만 흘려 보내다 막상 입법 절차가 시작되자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이성을 지닌 공당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선거제ㆍ검찰 개혁은 70% 넘는 국민이 지지하는 시대적 과제이다. 지역주의 기득권과 검찰 권력을 지키려는 한국당 반대 탓에 번번이 불발돼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다. 패스트트랙은 논의의 출발점일 뿐이다. 미흡한 부분은 추가 협의를 통해 보완하면 된다. 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얻은 지지율에 취해 장외투쟁을 고집한다면 총선 승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이성을 되찾고 국회에 돌아와 민주당 등 여야 4당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도 한국당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북미 간에도 대화하고 남북도 대화하는데 여야가 대화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여권은 인사 실패 논란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 등 한국당에게 국회 복귀의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여야는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