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7일 판문점 무대로 ‘평화 퍼포먼스’ 행사
北 대남기구 조평통 ‘비망록’ 발표 “엄중한 정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4ㆍ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남북은 서로 다른 표정으로 맞았다. 정부는 선언 이행 의지를 다지며 기념 공연을 열었지만, 북한은 한미 공조에 날을 세우며 대남 비난을 이어갔다.
정부는 판문점선언이 탄생한 현장인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27일 오후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을 주제로 평화 퍼포먼스 행사를 열었다. 한ㆍ미ㆍ중ㆍ일 4개국에서 초청된 아티스트들은 두 정상이 함께 거쳐간 판문점 내 주요 장소 6곳을 무대로 클래식, 대중음악 공연과 미디어 아트 등을 선보였다.
두 정상이 처음 대면하고 악수한 군사분계선(MDL) 앞에선 미국 첼로 거장 린 하렐이 바흐의 무반주 조곡 1번을 연주하고, 두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도보다리에선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바흐 샤콘느 독주를 연주하는 식으로 퍼포먼스는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1주년을 계기로 선언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참석 대신 영상 축전을 통해 “때로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어려운 정세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만찬사를 통해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평화의 길을 향해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엔 김연철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조현 외교부 1차관, 주한 외교사절단을 비롯, 서울ㆍ경기 시민 등 410명이 참석했다.
같은날 북측 표정은 달랐다. 북한은 이날 정부가 마련한 행사에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북측에 행사 개최 소식을 전했으나, 초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비망록’을 통해 남북 관계를 미국이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미 공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비망록은 “미국은 남조선(남한) 당국에 '남북관계가 미조(미북)관계보다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속도조절론'을 노골적으로 강박, 북남관계를 자신들의 제재 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현 시기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도,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는 ‘엄중한 정세’라고 규정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미국의 간섭과 전횡은 실로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이날 비난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도 북한은 이어갔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을 통해 3월 한미가 실시한 ‘동맹 19-1’, 8월 실시 예정인 ‘동맹 19-2’ 등을 거론하며 “북남, 조미 수뇌상봉(정상회담)들에서 이룩된 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판문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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