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헝가리 세계선수권 대회 동메달… 한국남자 탁구 역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
스무 살의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 막내 안재현(157위ㆍ삼성생명)이 첫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탁구 사상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해 메달은 딴 선수는 안재현이 처음이다. 4강전 패배로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세계랭킹 157위가 톱 랭커들을 연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한국 탁구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안재현은 2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열린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4강전에서 마티아스 팔크(28ㆍ16위ㆍ스웨덴)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4(11-8 7-1 11-3 4-11 9-11 11-2 11-5)로 패했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4강 진출자에게 주어지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안재현은 한국 남자 탁구 역사상 최연소이자 6번째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광도 함께 안았다. 이전까지는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이 21세로 1991년 일본 지바 대회에서 따냈던 동메달이 최연소 기록이었다. 남녀 전체로는 양영자가 1983년 도쿄에서 19세의 나이로 따낸 은메달이 있다.
안재현은 “이 시합이 끝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국가대표에 선발돼 형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싶고, 형들을 이기고도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리시브를 적극적으로 하고 타점을 높이는 등 많은 부분을 보완해 다음 대회에서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안재현의 활약은 눈부셨다. 세계랭킹 157위의 안재현은 시드를 받지 못해 예선전을 천신만고 끝에 뚫고 본선 128강에 합류했다. 안재현의 진가는 본선 1회전부터 드러났다. 안재현은 128강에서 세계랭킹 14위의 웡춘팅(28ㆍ홍콩)을 4-0으로 완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기세가 오른 안재현은 결국 16강전에서 큰 사고를 쳤다. 15세에 세계무대를 제패한 천재 선수 하리모토 도모카즈(16ㆍ4위ㆍ일본)를 4-2로 격파한 것. 하리모토는 지난해 세계탁구 왕중왕전 격인 ITTF 그랜드 파이널스 남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에이스였다. 하지만 그런 하리모토도 ‘안재현 돌풍’의 제물이 되며 16강전 패배 후 눈물을 보였다. 안재현은 8강전에서 지난해 코리아오픈 3관왕에 빛나는 대표팀 선배 장우진(24ㆍ10위ㆍ미래에셋대우)까지 넘었다.
안재현의 활약으로 대표팀은 이번 대회 유일한 메달을 수확하며 체면을 세웠다. 김택수 남자팀 감독은 “해외 관계자들로부터 150위권 선수가 4강에 오른 것은 기적이라며 많은 축하를 받았고 이번 대회 최대 이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스피드와 파워가 부족하면 4강 진출이 힘든데 (안재현이) 세계 톱 선수들과 대등하거나 앞선 경기를 해서 앞으로도 희망적이고 기대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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