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유해 발견하고도 미수습”… 외교부 “요청했지만 장비 없어 무산”
한국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관련 수색을 위해 정부가 용역업체와 맺은 계약이 충실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뒤늦은 희생자 유해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및 시민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뒤 2년 만에 어렵사리 시작한 심해 수색이 단 9일 만에 중단됐다”며 “그 과정에서 (용역업체가) 선원 유해를 발견했으나 아직도 수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작업을 수행해 온 미국 업체 오션 인피니티사가 ‘배가 72조각이 났다’는 이유로 사고 원인 규명에 필수적인 3차원(3D) 이미지 구현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이 틀렸는데도 발주처인 외교부가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 우즈홀 해양연구소 윌리엄 랭 박사의 의견을 인용, “스텔라데이지호가 크게 부서졌어도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외교부는 오션 인피니티의 주장을 검증하고 과업의 이행을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대책위 판단이다. 대책위는 “가족들은 정부를 믿고 추가 수색을 기다렸으나 외교부는 ‘고민 중’이나 ‘협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무엇을 고민하고 협의하느라 안타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외교부 공무원들은 심해 수색을 재개하고 유해를 수습하려면 새로운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계약을 제대로 체결했으면 될 일”이라며 “공무원들의 불성실함 때문에 국민 세금을 이중으로 낭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미완으로 남은 심해 수색 과업을 끝내달라”며 “관계부처와 국내외 전문가, 가족 등으로 구성된 유해 수습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라”고 제의했다.
가족들은 이날 회견 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조속한 유해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곧바로 조목조목 해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3차원 모자이크 영상 구현과 관련해 오션 인피니티 측과 협의해 오고 있으며 외교부 장관 면담, 유해 수습과 추가 유해 수색 방안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색 중 유해를 발견하고도 수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유해 수습이 당시 오션 인피니티의 과업이 아니었고,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습을 요청하자 사측이 선박에 관련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유해 수습을 희망할 경우 일단 귀항, 추가 장비를 탑재하고 인력을 교체한 뒤 항구와 사고 해역 간 이동 기간(13일)까지 감안해 하루 약 2억5,000만원을 비용으로 청구하겠다는 게 업체 제안이었다”며 “정부로서는 관련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유해 수습을 요청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유해 수색과 수습을 하지 않겠다는 업체에 50억원 가까운 금액을 준 건 업체 측에 유리한 계약 아니었냐는 지적에는 “지난해 입찰 당시 확보된 예산 범위 내 심해 수색 실시를 약속하는 업체가 거의 없었다”며 “오션 인피니티도 관련 업계의 통상 수준보다 싼 가격에 한국 정부와 계약했다고 지속 언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추가 유해 수색과 수습에 최소 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양수산부 등 유관 부처와 재원 마련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다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이 실종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해역 대상 심해 수색을 위해 오션 인피니티를 용역업체로 선정하고 48억4,000만원에 프로젝트를 맡겼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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