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부정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전 회장과 검찰의 질긴 악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에 직면했지만 불사조처럼 살아났던 이 전 회장이 이번에도 칼날을 피해갈지 주목된다.
한 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이 전 회장과 검찰의 악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삼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 요직을 거친 이 전 회장은 정권 말 불거진 ‘PCS(개인휴대전화) 사업자 특혜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다. 미국에서 3년 넘게 버티다 자진 귀국한 이 전 회장을 김대중 정부 검찰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수십억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5년 간 치열한 법정 다툼이 이어졌고 이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지만 2006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가까스로 누명을 벗은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화려하게 재기했다. 2009년 KT 사령탑에 발탁된 뒤 취임 6일 만에 KTF와 통합을 발표하고 아이폰을 국내에 최초 도입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통신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검찰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회장 재임 중 각종 협회나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에 시달렸고 검찰 조사와 무혐의 처분이 반복됐다. 결정적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큰 시련이 닥쳤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KT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자 검찰은 2013년 KT 본사 등 1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KT가 이 전 회장의 친척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벤처기업 주식을 의도적으로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100억여원의 손해를 끼치도록 한 혐의 등이 있다며 이 전 회장을 2014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집요한 공격에도 이 전 회장은 다시 살아났다. 100억원대 배임ㆍ횡령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고,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던 횡령 혐의마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지난해 4월 파기 환송심에서 배임ㆍ횡령 혐의 모두 무죄를 확정받은 이 전 회장은 정부로부터 7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앞선 두 번의 정권 교체기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 전 회장은 또다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정치인 등 유력인사 자녀들의 특혜채용에 연루됐다는 혐의다. 검찰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이 정규직으로 채용된 2012년 공채 당시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이 전 회장에 대해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인사업무를 총괄한 김상효 전 KT 전무, 김 전 전무에게 김 의원 딸 채용 등을 지시한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은 구속기소됐다. 이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3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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