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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의원, 기자에게 “구해달라”… 언론도 전쟁같은 하루

입력
2019.04.27 10:00
수정
2019.04.27 20:5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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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패스트트랙 대치로 되살아난 '막장 동물국회'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을 허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음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을 허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음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놓고 격렬한 물리적 충돌에 몰입되면서 국회선진화법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 의결을 저지하려는 한국당의 육탄방어로 선진화법 이전의 낯익은 ‘동물국회’로 되돌아간 것이다. 고성과 멱살잡이, 거리의 시위현장에서 볼 수 있는 인간띠와 스크럼이 국회 곳곳에서 등장했고, 심한 밀치기에 부상자를 대비한 구급차가 출동하는 난장판이 민의의 전당에서 계속됐다. 특히 이번 사태로 촉발된 바른미래당 분당 위기는 정계개편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상황을 놓고 본보 국회취재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최근 몇 년간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식물국회’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엔 오랜만에 국회가 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국회 회의장 복도마다 전쟁터를 방불케했는데, 어떤 장면들이 가장 심했나요.

동물을 보았다=최고의 블랙코미디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사건이죠. 한국당 의원 10여명이 채 의원실로 몰려가 소파로 문을 막아놓고 6시간가량 가둔 것이죠. 채 의원이 무릎을 꿇고 내보내달라고 애원했는데도, “저희 다 감옥 갈 겁니다”(김정재 한국당 의원), “감금이 아니라 설득”(나경원 원내대표)이라고 기가 찰 말들을 했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주대낮부터 국회에서 물리력을 동원하는 눈을 의심케하는 일을 했는데, 피선거권 박탈까지 가능한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될 지 주목됩니다.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채이배 감금은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죠. 기자에게도 문자를 보내 "구해달라"고 여러번 호소했을 정도니까요. 창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짧은 기자회견을 한 것은 역대급 장면이었습니다. 이후 자신도 감금될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차에 숨어있는 등 하루종일 ‘실종’되기도 했어요. 한국당 쪽에서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를 안팎으로 봉쇄하면서 안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이 몇시간동안 갇혀 있는 일도 있었죠. 기자들에게도 전쟁같은 하루였어요.

[저작권 한국일보]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의결시도 첫날(25일) 주요 움직임.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의결시도 첫날(25일) 주요 움직임. 김경진기자

한강공원 피크닉(피크닉)=24일 늦은 밤부터 한국당이 일사분란하게 조를 나눠 사개특위·정개특위가 열릴 수 있는 모든 회의장을 점거한 탓에 여야 4당 의원들은 게릴라전을 방불케 하는 진입작전을 펼쳤습니다. 휠체어를 탄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가려 시도하자 한국당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몸으로 막아서며 엘리베이터까지 밀어냈는데요. 그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 몸싸움이 난무했습니다. 정개특위 회의장 앞 사정도 다르지 않았죠. 현장을 취재하던 저 역시 수 차례 밟힐(?) 뻔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환상적인 백핸드(백핸드)=특이한 장면이 있다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휴대폰 촬영을 할 정도로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적극적으로 채증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죠. 법적조치를 위한 증거수집이 목적이라고 하는데, 국회의사당 건물 안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씁쓸합니다.

불나방=한국당은 “국회의장 사퇴하라”, “헌법수호” 구호를 외치며 ‘인간벽’으로 맞섰지요. 또 문희상 국회의장의 성희롱 논쟁도 있었는데 어느 쪽 주장에 정당성이 있다고 보나요.

백핸드=문 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볼을 만진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봅니다. 한국당에서 의장실에 몰려든 것이나, 여성의원들을 앞세운 행태는 당연히 비판 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문 의장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어요. 문 의장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그런 것은 아니어서 법적처벌을 받을 사안은 아니지만 차후에 임 의원에게 유감표명 정도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의도 탐구생활(탐구생활)=문 의장의 성희롱 논란은 한마디로 코미디였습니다. 당사자가 원치않은 신체접촉으로 기분이 나빴다면 성추행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시 상황이 담긴 풀영상을 보면 ‘성추행 자작극’에 가까워 보입니다. 의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의장을 막아세우고 그 앞에 여성의원을 의도적으로 배치했죠. 의원 스스로도 “만지면 성추행”이라고 의장을 겁박하기도 합니다. 수십 명이 지켜보는 와중에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도 그렇지만 여성의원을 앞장세워 도구화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죠. 일사분란하게 이어진 한국당 여성의원들의 규탄기자회견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태가 발생한지 한 두 시간 만에 플래카드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여줬죠. 여성을 앞세운 기획되고 준비된 성추행 논란, 한국당의 저열한 성의식을 보여주는 사건 이하도 이상도 아닙니다.

[저작권 한국일보]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여야 4당의 '동상이몽'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여야 4당의 '동상이몽' 김경진기자

불나방=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안철수·유승민 전 공동대표 계열이 혼재돼 있는데 당이 분당돼 흩어질 가능성이 커졌죠. 분위기가 어떤가요.

찍고=패스트트랙 찬성파였던 김삼화ㆍ신용현ㆍ이동섭 의원이 김관영 원내대표 불신임을 묻는 의원총회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릴 때부터 무게추는 기울었다고 봐야죠. 유승민계와 더불어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안철수계가 손학규 대표, 김 원내대표 퇴진 요구 공동전선을 형성한 셈이니까요. 당헌당규상 대표나 원내대표를 탄핵이나 사퇴를 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 문제는 처음부터 정치적 싸움이었어요. 당에서 활동하는 25명 의원 중 최소 14명이 등을 돌린 상황이니, 이미 지도부는 정치적 심판을 받은 셈이죠. 이 과정을 바른정당계가 만들어왔으니 향후 이들이 당 주도권을 가져갈 공산이 큽니다.

불나방=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한국당이 선택할 전략은 무엇인가요. 그 단계가 되면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을까요.

피크닉=원래는 25일 패스트트랙이 처리되면 바로 다음 날부터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합니다. 27일 규탄집회도 예정돼있고 대치상태는 지속될 겁니다.

탐구생활=최근 국회 정국을 보면서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아마 문 대통령이 아닐까요. 국정 현안이 산적해있지만 국회 협조가 없으면 한발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죠. 추경과 민생법안들이 쌓여있는데 패스트트랙 블랙홀에서 헤어나올 생각도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애가 타겠습니까. 복수의 여당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당장이라도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해요. 다만 섣불리 제안하고 거절하게 되면 그나마 있던 가능성까지 닫히게 된다는 우려에 상황만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거에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새로 출범하고, 이낙연 총리가 해외순방에서 돌아와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할 수 있는 내달 8일 이후가 되면 모멘텀을 마련해보자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현재 판단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패스트트랙 지정 후 절차.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패스트트랙 지정 후 절차. 김경진기자

불나방=결론적으로 선거제 개편이 이번 기회에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나요. 패스스트랙 강행 국면에서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나요.

백핸드=민주당이 ‘합법적 절차로 진행되고 있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는데, 정치의 영역은 그게 전부가 아니죠. 선거법이란 ‘게임의 룰’은 여야 합의로 마련돼야 한다는 게 상식이고, 실제로 야당이 배제된 채 선거법이 개정된 적이 없어요. 통합의 정치가 아닌 민주당 특유의 ‘배제의 정치’가 재현됐다는 점에서 여론이 여당에게 반드시 호의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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