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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페미니즘 단체 ‘멘’ “남성도 성평등 실현해가는 주체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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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페미니즘 단체 ‘멘’ “남성도 성평등 실현해가는 주체가 돼야 합니다”

입력
2019.04.26 16:14
수정
2019.04.26 19: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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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 매니저 아마디안, 남성에게 강요된 잘못된 남성성 지적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NORDtalks'에 참석한 스웨덴 페미니즘 단체 멘의 샤하브 아마디안 프로젝트 매니저가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정준기 기자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NORDtalks'에 참석한 스웨덴 페미니즘 단체 멘의 샤하브 아마디안 프로젝트 매니저가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정준기 기자

지난해 ‘미투 운동’에 불이 붙었을 때 전면에서 목소리를 낸 건 여성과 여성단체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평등 실현은 여성의 몫으로 비춰지지만, 스웨덴에서는 남성을 또 하나의 주체로 세우려는 이들이 있다. 비영리 페미니즘 단체 ‘멘(MÄNㆍ남성의 복수형)‘이다.

지난 25일 주한 북유럽 대사관들이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공동주최한 ‘노드톡스(NORDtalks)’에 참석한 멘의 프로젝트 매니저 샤하브 아마디안(35)씨는 “젠더 이슈에 있어 남성은 언제나 투명인간처럼 가려져 있었지만, 남성 역시 성폭력을 방지하고 성평등을 실현해 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1993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조직된 멘은 5년 전부터 시선을 남성에게 돌렸다. 학교와 경찰서 등을 찾아가 남성들을 상담하면서 연구를 진행했고, 각종 단체와 정치인을 만나 성차별과 성폭력의 근간이 되는 ‘남성성’의 재정의를 주장했다.

이런 활동 경험을 나누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아마디안씨는 “남성들은 어릴 적부터 성기 크기를 비교하며 여성을 쟁취의 대상으로 여기고, 자연스레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습관화한다“며 “성폭력 가해자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지만 기사 제목엔 늘 피해자 여성이 등장하고, 남성성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아마디안씨는 기자를 그만둔 뒤 스웨덴의 감옥에서 라디오 방송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어긋난 남성성의 희생자는 여성만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다른 남성들로부터 나의 남성성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배웠다”는 게 폭력 범죄로 수감된 이들의 이구동성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디안씨는 “감옥에서 서로 간에 암묵적으로 남성성을 강요하는 악순환을 봤다”며 “남성들이 이제는 서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느껴 멘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성평등 선진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에서도 남성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초기에는 “페미니즘이 남성을 억압하고 있다” “남성도 성폭력을 당한다” 등 항의에 시달렸고 매주 2, 3개의 협박 메일을 받기도 했다.

아마디안씨는 ‘그들의 입장에서, 작은 것부터 진솔하게 이야기하겠다’는 마음으로 스웨덴 전역을 돌며 귀를 막은 남성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처음엔 ‘진솔하게 연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 ‘마음을 터놓을 곳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고, 폭력을 일삼은 내 경험도 들려줬다”며 “의외로 많은 남성이 뻔하고 별것 아닌 질문에 반응을 하며 서서히 시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멘이 지난 5년간 남성성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스웨덴에서는 비슷한 단체가 7개나 생겼다. 미투 물결이 거세진 이후엔 스웨덴 한림원을 비롯해 정치ㆍ언론계 등에서도 멘부터 찾았다. 외면했던 남성의 이야기 역시 사회적 담론으로 부상한 것이다.

아마디안씨는 “여성은 페미니즘이 본격화한 150년 전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했지만 남성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수준”이라며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남성이 위협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같은 남성들이 서로의 경험을 진솔하게 나누면 ‘마음의 벽’은 생각보다 빨리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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