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의 조합설립인가 요건을 조작해 100여 명에게 수십억원을 가로챈 대행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나 23평(약 76㎡) 이하 건물을 소유한 주민들이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조합인데, 토지주의 80% 이상이 동의해야 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서울북부지검 건설ㆍ조세ㆍ재정범죄전담부(부장 김명수)는 서울 중화지역주택조합 사업구역 내 토지사용승낙률을 부풀려 곧 아파트를 분양할 것처럼 속인 뒤 60억여 원을 뜯어낸 업무대행사 대표 백모(67)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사업구역의 토지사용승낙률이 37%에 불과한데도 80% 를 넘겼다고 속여 2010년 1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조합원 100여 명으로부터 60억원 이상을 받아냈다. 검찰은 중화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수가 250여 명인 것을 감안, 전체 피해 금액이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백씨는 조합자금 집행을 감시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허위로 수십 건의 용역 계약을 체결하거나 ‘유령 직원’에게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약 90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횡령한 돈은 개인적으로 투자하거나 아들의 임대료를 대납했고, 심지어 실내경마에서 20억원 이상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백씨의 금융계좌 등 자산을 동결하고 차명으로 보유한 부동산의 처분을 금지하는 내용의 추징보전 조치를 취했다.
백씨는 18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는 중화지역주택조합 이외에도 서울 성동구와 경기 포천시의 다른 조합 업무대행사도 운영, 검찰은 추가 혐의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고소ㆍ고발을 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여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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