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여성 도구화’ 선 넘었다” 부글부글
“국회가 아무리 난장판이어도 이런 적은 없었다. 의사당 안에서 여성 의원을 방패막이로 삼아 의장에게 성추행 모함을 뒤집어 씌우는 행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함부로 ‘성추행’ 운운하지 말고 자당 여성 의원을 비하한 송희경, 이채익 의원에게 분노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문희상 의장 성추행 의혹’을 어떻게 봤을까. 25일 전화 인터뷰한 결과 다수 여성 의원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볼을 만진 행위에 대해 한국당 여성의원들이 성추행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성추행 의혹이 나온 과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성추행을 빌미로 여성 의원을 이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의 도구화’라는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성추행 논란은 전날 한국당 의원들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에 반발해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의원들이 집단으로 의장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임이자 한국당 의원이 문 의장의 앞을 가로막으며 “손대면 성추행”이라고 말했고, 문 의장은 임 의원의 양 볼을 손으로 감쌌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문 의장이 임 의원을 성추행해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줬다”며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당시 문 의장이 한국당 의원들이 벗어나려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일어났을 뿐 성추행이 아니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보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공간에서 한국당이 일부러 여성 의원을 불러와 방패막이로 이용했다는 점에 당혹스러운 심경을 드러냈다. 민주당의 3선 여성 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을 보면 30분간 의장을 막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일부러 여성 의원을 불러 왔고, 여성 의원 스스로도 ‘다가오면 성추행이다’는 발언을 한 것이 포착됐다”면서 “막아서면 신체접촉이 될 것 같으니 다분히 의도적으로 여성 의원을 앞세워 성추행 프레임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국회의장은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느냐”고 오히려 문 의장을 걱정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 여성의원도 같은 장면을 보고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자당 여성을 도구화하면서까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서 분노를 느꼈다”면서 “문 의장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여성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집단적으로 규탄회견을 연 한국당 여성의원들을 향해서도 “여성 스스로 문제를 호도하며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며 “마치 예견한 듯 논란이 발생한 직후 플래카드까지 준비했는데 같은 여성으로서 지켜야 할 선에 대해 반문했으면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오히려 한국당 내부에서 나온 ‘미혼 여성에 대한 성적 모욕’이란 발언이 비뚤어진 성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 의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임 의원의 결혼 여부와 신체를 언급한 것이 성차별적 의식을 그대로 내비쳤다는 설명이다. 전날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의장실 점거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임 의원이) 아직 결혼을 안 한 상황인데 더더구나 그 수치감과 성적 모멸감이 어떨지”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초선 여성 의원은 “기혼 여성은 성추행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냐”면서 “결혼 여부에 따라 성추행의 경중을 따지는 명백한 성차별적 시각”이라고 했다.
전날 한국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나온 이채익 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훨씬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의총에서 “저도 키가 작지만 키 작은 사람은 나름의 트라우마와 열등감이 있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여기까지 왔지만 임 의원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결혼도 포기한 올드 미스”라고 했다. 이어 “승승장구한 문 의장은 ‘못난’ 임이자 의원 같은 사람을 모멸하고 조롱하고 성추행해도 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다른 초선 여성의원은 “이렇게까지 같은 당 여성 의원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젠더 감수성이 전무한 이들이 성추행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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